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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여자傳⑦]"나주의 마지막 배는, 여인의 배가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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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나합'스토리 - 스님이 앞장 서고 기생이 따라가니, 가는 길 어지러워라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나주에는 세 가지 배가 있다 하옵니다.”

“하나도 아니고 세 가지란 말이더냐?”


“나주 사람들이 우스개로 하는 말이옵니다. 하나는 달디단 나주배(梨)이고, 또 하나는 목포로 이어지는 영산강 뱃길에 떠있는 돛배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배는...”

“핫핫. 떠나가는 배를 탄 사람을 못잊는 여인의 배(腹)가 아니더냐? 간 밤에 그 배는 다른 배에 닿아있었는데...”


“어머나. 너무 야하신 말씀이옵니다.”


“그게 아니란 말이더냐?”


“곰탕으로 배를 채워, 떠나는 사람의 그리운 허기를 데워주는 것이라 하옵니다.”


“핫핫핫. 내가 너무 많이 나갔구나. 내가 연꽃을 좋아하여 호를 하옥(荷屋)이라 지었거늘 그대의 뜨락이 온통 하옥이니 마치 내 집에 온 것 같구나.”


“연꽃의 열가지 덕(德) 중에서 이제염오(離諸染汚)를 가장 아끼옵니다.”


“진흙 속에 살아도 진흙에 물들지 않으니, 그대가 부용(芙蓉)이란 말이더냐?”


“그렇게 살려고 애쓰고 있사옵니다.”


“아까 기둥에 붙은 부용시를 보았는데, 부용의 다른 시와 더불어 현음(玄音, 거문고 소리)을 들려줄 수 있겠느냐?”


“부족하지만 한번 해보겠사옵니다.”


좌중의 하객들이 모두 큰 소리로 환호를 했다.


[나쁜여자傳⑦]"나주의 마지막 배는, 여인의 배가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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僧歸落葉蕭蕭步 妓揷秋花澹澹容 (승귀낙엽소소보 기삽추화담담용)
萬疊溪山迷去路 玆行還似訪仙? (만첩계산미거로 자행환사방선종)


사각사각 낙엽 밟고가는 스님이 앞장 서고
해뜻해뜻 머리에 꽃꽂은 기생이 따라가네
만 겹의 계곡과 산 가는 길 어지러워라
이 길 돌아가려면 신선과 숨바꼭질 좀 해야겠네


“김부용이 부른 ‘묘향산에 들다(入妙香山)’라는 시이옵니다.”


“과연, 절색에 절창에 탈속의 풍류로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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