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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여자傳⑧]몸과 몸을 나누는 일이 이토록 마음을 흔드는 일인줄 좌근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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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나합'이야기 - 홍어처럼 톡 쏘는 밤여인, 농주처럼 착 붙는 낮여인 사이에서 정신 못차리고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이날 밤 두 사람은 합환(合歡)의 꿈에 이르렀다. 서로 몸과 몸을 나누는 일이, 이토록 마음을 흔드는 일인줄 사내는 일찍이 몰랐다. 지홍은 풋풋하지만 대담했고 수줍지만 뜨거웠다. 하루 이틀 사흘...날이 갈수록 사랑은 농염해졌고 마음은 흘러내렸다. 홍어처럼 톡 쏘는 밤의 여인과 남도 농주(農酒)처럼 착 달라붙는 낮의 여인 사이에서 좌근은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하루라도 안보면 견딜 수 없는 여자. 그게 지홍이었다.

그는 마침내 이렇게 말한다.


[나쁜여자傳⑧]몸과 몸을 나누는 일이 이토록 마음을 흔드는 일인줄 좌근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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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仙女)로 세상에 외출 나온 그대가 영산강물에 얼비친 물결 때문에 번짓수를 잠깐 잘못 찾는 바람에, 천출로 태어나 설움을 겪었구료. 내 앞으로 무슨 수를 쓰든 큰 부귀를 누리도록 해줄 터이니, 그대는 나를 믿으시오.”


김좌근은 자식이 없는 것을 이유로 삼아 이 나주여인을 소실로 들인다. 출세한 기생의 대명사 김부용이 한강 가에 화려한 ‘빌라’ 녹천정에 들어와 산 지(1832년) 6년이 되던 해였다. 김부용은 가벼운 알콜릭이 되어 시를 쓰면서 한가하게 살다 갔지만 홍어의 꿈을 지닌 양지홍은 좀 달랐다.


지금까지 이 여인은 조선의 연산군 때의 장녹수, 광해군 시절의 김개시, 숙종대의 장희빈, 그리고 명종대의 정난정과 함께 조선 5대 ‘나쁜 여자’로 손꼽혀왔다.


조선 말의 권력 부패의 상징으로 자주 거론되어 왔고, 또 안동김씨 세도가문의 전횡에 역성든 ‘개념 없는 여성’으로 낙인이 찍혀 있다. 물론 그녀의 행적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녀의 삶과 단편적인 행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녀는 보편적인 욕망과 꿈에 휘둘려 살았던 사람이며 시대의 공기 흐름에 삶의 방향을 맞춰가며 살았던, 보통사람에 가까웠던 인물임을 느끼게 된다. 김좌근의 아버지인 김조순(金祖淳, 1765~1832)은 당대에 손꼽히던 학자이며 정치 원로였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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