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추석귀성 나서는 기자와 '9.12지진'…방진 정책의 대전환 필요할 때다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12일 저녁 7시44분, 5.1의 첫 지진. 8시32분 5.8 지진. 이후 지인으로부터 고향의 안부를 묻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회식 중이라 뉴스를 보지 못했기에 메시지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주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으셨습니다. 걱정이 되었지만, 부친은 귀가 안 좋으셔서 보청기를 떼면 벨소리를 못 들으시고 어머니는 허리를 다치신 뒤 기동이 불편하셔서 가끔 '불통'을 겪는지라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했지만 불안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몇 번 전화 끝에 닿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어찌나 반가웠던지요.
첫 마디가 "괜찮으세요? 별 일 없으세요?"였습니다.
"괘안타. 쿠웅 컷디마는(하더니만) 좀 떨리더라."
"아이고, 얼마나 그러셨어요?"
"두 번 그라더니 잠잠해지더라."
"많이 놀라셨겠네요."
"테레비에도 나오고 그라더라."
"예. 큰 지진이었대요. 어머니, 저희 곧 내려갈게요."
'조심하세요'라고 말씀 드리려다가, 하나마나한 얘기인 것 같아, '너무 걱정마세요'라고 바꿔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이번 지진으로 경주 지역에선 가게 유리창이 깨지고 TV가 떨어지고 벽이 갈라지는 등 상당한 피해가 났지요. 8명이 부상을 입었고 재산피해 신고는 253건이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일어나던 비극을 고향에서 너무도 생생하게 맛본 셈입니다.
경주에는 방사능폐기물 처분시설과 5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세계 최대 규모'로 밀집해 있기에, 단순한 지진 피해도 무섭지만 추가적인 재앙도 몹시 걱정되는 곳이죠. 최근 4년 동안 310차례의 지진이 있었다는 연구기록(한국 지구물리 및 물리탐사학회 계간지 논문)도 있습니다. 문화재도 흔들렸습니다. 불국사 대웅전 지붕과 오릉 담장의 기와가 떨어지고 석굴암 진입로엔 돌이 굴러 떨어졌지요.
여진은 며칠 더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런 가운데 한가위 귀성을 해야하는 일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늙은 부모님이 불안 속에 계시는 그곳을 찾아뵙지 않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별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사실 경주에는 신라시대인 777년과 779년, 큰 지진이 났습니다. 삼국사기 증보문헌비고의 혜공왕 때 기록을 보면 779년 3월 큰 지진으로 100여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아나면서 서라벌(경주)의 집들도 많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2년전 두 차례 지진이 났을 때, 신하들은 또다른 강진이 올 수 있으니 왕에게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황상일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신라 지진의 규모가 7.0 정도 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두 달 쯤 전인 지난 7월5일 울산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한반도의 지진 역사와 관련한 카드뉴스를 제작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지진의 사이클과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경주-울산-부산 지역의 지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1300여년전 경주지진의 참상을 거론하며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지요. 이번 경주지진으로 그 카드뉴스가 새삼 관심을 받으면서 포스트에 독자들의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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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예언가'가 된 듯한 머쓱한 기분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니, 방진 정책이 더욱 강화되고 원전처럼 지진으로 치명적인 추가 재앙을 낳을 수 있는 시설들에 대한 국가 정책의 원칙들을 재고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국민의 '죽음'을 담보로, 나라의 정책을 설계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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