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하철·버스 노선 몰린 곳에 대형학원 속속… 학생들 빨아들인다[新교통난민 보고서]⑨

시계아이콘02분 3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편집자주 교통 접근성 세계 16위 도시 서울의 다른 얼굴은 교통이라는 편의에 닿는 격차 역시 큰 도시라는 점이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30~40년 전만 해도 미아리에 가장 큰 학원이 있어 학생이 몰렸지만, 강남 개발과 교통 발달로 판도가 달라졌다"면서 "사교육 시장은 교통 발달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지하철 연장, 수서고속철도 신설 등으로 서울 외곽 지역에서 강남 대치동 학원가로 오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

닫기
뉴스듣기

서울의 미래 - 교통의 미래
대중교통 발달이 학원 쏠림 유도
업계 "학원 지으려면 노선부터 확인"
지방, 교통망 부족에 교육 기회 부족

편집자주교통 접근성 세계 16위 도시 서울의 다른 얼굴은 교통이라는 편의에 닿는 격차 역시 큰 도시라는 점이다. 교통망의 비약적 확충은 지역 균형이라는 목표를 추구했지만 한쪽에선 과밀화, 다른 한쪽에선 사각지대를 낳았다. 75년 대중교통의 역사를 가로질러 이제는 인공지능(AI) 교통 시스템이 구축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교통 빈곤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교통 격차는 삶의 질 불균형을 낳는다. 아시아경제가 그 실상을 짚어보고 해법도 모색했다.

수도권 중심의 교통 배분은 일자리, 의료, 문화 등 각종 생활 서비스의 격차를 만들어낸다. 특히 '교육'은 교통 쏠림 현상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서울시 학원 수와 정류장 수, 유입 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 전체 학원의 4분의 1이 강남·서초구에 몰려 있었으며 이 지역은 서울 25개 구 중 인구 이동량·교통 인프라에서도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강남 8학군에 사교육이 집중됐다는 것이 아니라 교통 격차가 교육 분야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 주목된다.


지하철·버스 노선 몰린 곳에 대형학원 속속… 학생들 빨아들인다[新교통난민 보고서]⑨ 대치동 학원가.
AD
학원·정류장·인구이동 8학군에 집중

21일 아시아경제는 종로학원과 올 1월 기준 서울 시내 학원 수를 학군별로 나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총 1만4795개 학원 중 4분의 1에 달하는 3868개(26.1%) 학원이 강남·서초구(8학군)에 몰려 있었다. 학원 수가 가장 적은 5개 학군의 학원 수(3538개)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8학군에 이어 강동·송파(6학군, 1870개), 강서·양천(7학군), 마포·서대문·은평(2학군) 순으로 학원이 많았다.


서울 지역의 학원은 왜 2·6·7·8학군에 유독 쏠려있는 것일까. 입시전문가들은 교통이 발달하는 곳에 학원 수도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학원이 대형화하면서 인근 지역의 학생들을 빨아들이게 되는데, 대중교통의 발달이 학원 쏠림을 낳았다는 얘기다. 이들 지역의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대부분 4개 노선이 겹쳐 지나간다. 그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 정류장 수도 이들 지역에 집중됐다. 지난해 9월 기준 서울지역의 전체 정류장 수는 6640개다. 이 가운데 학원 수가 가장 많은 강남·서초(8학군)에는 749개 정류장이 몰렸고, 강동·송파(741개)와 마포·서대문·은평(786개) 등에도 700개 이상의 정류장이 설치돼 있었다. 이들 지역에는 지하철·버스가 연신 인근 지역의 인구를 태워 나른다.


지하철·버스 노선 몰린 곳에 대형학원 속속… 학생들 빨아들인다[新교통난민 보고서]⑨
학원 중심지 미아리→노량진→대치동

이렇다 보니 학원업계에서는 '학원을 새로 지으려면 노선부터 확인하라'는 게 정설이다. 교통이 편리해야 학원 접근성이 좋아져 학원생이 늘기 때문이다. 학원이 본격적으로 대형화된 것도 지하철 1호선이 발달하면서다. 1974년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9개 역을 잇는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고 연달아 수원역, 인천역, 성북역까지 전철이 들어서면서 "1호선 따라 학원 짓는다"는 말이 나왔다. 1975년 유명 재수학원인 대성학원이 노량진으로 옮기면서 학원들이 속속 모였고, 1호선이 태우고 오는 학생들을 받기 위해 노량진 학원가는 더 커졌다. 이후 강남 개발과 함께 지하철·도로망이 확충되자 학원 입지의 중심도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옮겨갔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30~40년 전만 해도 미아리(지금의 길음동)에 가장 큰 학원이 있어 학생이 몰렸지만, 강남 개발과 교통 발달로 판도가 달라졌다"면서 "사교육 시장은 교통 발달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하철·버스 노선 몰린 곳에 대형학원 속속… 학생들 빨아들인다[新교통난민 보고서]⑨
대치·중계동 '오후 5~6시' 집중 유입

최근에는 지하철 연장, 수서고속철도(SRT) 신설 등으로 서울 외곽 지역에서 강남 대치동 학원가로 오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 대치동에는 강남구(2639개)의 절반가량인 1270개의 학원이 몰려 있다. 학원 수가 가장 적은 중구(105개)와 비교하면 12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중 학원가가 몰린 대치1동과 대치4동의 유출입 인구 현황을 보면,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서 인구가 유입되는지 알 수 있다.


지하철·버스 노선 몰린 곳에 대형학원 속속… 학생들 빨아들인다[新교통난민 보고서]⑨

대치4동의 경우 지난 5월 약 336만명(유입 336만6300명, 유출 336만2200명)이 오갔다. 주로 서초구·송파구 등 인근 지역에서 이동이 이뤄졌지만 하남시(3만1586명), 성남시 수정구(3만4210명), 광주시(1만9778명), 용인시 기흥구(2만1037명), 남양주시(2만6508명) 등 경기 지역에서도 인구 유입이 활발했다.


서울 3대 학원가(대치동, 목동, 중계동) 중 한 곳인 노원구 중계동도 마찬가지다. 학원 밀집 구역인 중계1동의 유출입 인구 현황을 보면 5월 한 달간 약 110만명(유입 110만73명, 유출 110만1843명)이 오갔다. 인근 도봉구, 종로구, 중랑구뿐만 아니라 구리시(8028명), 의정부시(3만2099명), 남양주시(3만8926명), 양주시(9749명), 포천시(5819명) 등에서 유입됐다.


특이한 점은 유입 시간대다. 다른 지역의 유입인구는 대부분 오전 8시에 집중되는데, 이곳에 집중적으로 유입되는 시간은 오후 5시다. 대치1동도 오후 6시에 유입인구가 가장 많았다. 주로 학교를 마치고 학원으로 이동하는 학생일 것으로 해석된다. 중계동에서 재수학원을 운영 중인 한 원장은 "인근의 남양주, 의정부, 도봉구에서 학생들이 몰려온다"며 "교통 접근성이 용이해지면서 대형 강의가 늘어나게 되고 인근 지역의 학생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AD

지하철·버스 노선 몰린 곳에 대형학원 속속… 학생들 빨아들인다[新교통난민 보고서]⑨
교통소외가 학원집중·인구유출로 이어져

교통이 집중된 강남과 달리 지방은 교통망 부족으로 교육 기회조차 확보하기 어렵다. 지역 내 적절한 학원이 없어 교육 이주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거제에서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강모씨(50)는 지난 겨울방학 때 아이를 대치동에 보냈다. 강씨는 "같은 지역 내에서도 학원 가려고 1시간씩 이동하느니, 서울 학원 인근에 오피스텔을 얻어 이동시간 줄이고 공부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방의 교통·교육 소외 현상은 인구 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 2022년 기준 강원, 전북 등 43개 고등학교에서는 1등급인 학생이 나올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신 9등급제에서 1등급(4%)을 받으려면 최소 학생 수가 13명이 돼야 하는데, 이들 학교는 학생 수가 13명도 안 됐기 때문이다. 박경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양질의 서비스를 찾아 인구와 일자리가 다시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에 균형 있는 자원 배분이 필요하다"며 "다층적 분석을 통한 교통 서비스 양극화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