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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준 권총으로 자살?…러 교통부장관 의문사[AK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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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 직후 숨진 채 차량서 발견
푸틴 최측근과 연계…타살의혹





러시아의 로만 스타로보이트 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은 지 수 시간 만에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러시아 정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장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과거 공로상으로 그에게 수여한 권총이 발견됐고, 당국은 그의 자살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러시아 안팎에서는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이 현직 장관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40초짜리 단신으로만 보도하고, 해임 사유나 사망 경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회피하는 등 이례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의문사의 주인공인 스타로보이트 장관은 러시아 쿠르스크주 출신으로, 아버지가 지역 원자력 발전소 직원이었다. 대학 졸업 후 자산운용사와 건설사 대표를 거쳐 러시아 교통부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2019년 쿠르스크주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2024년 주지사 임기를 마친 후 교통부 장관으로 내각에 입각했다.


그가 주지사를 역임했던 쿠르스크주는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 반격 작전 당시 우크라이나군이 일시 점령했던 러시아 본토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가 점령당한 사건으로, 푸틴 대통령이 극도로 분노하며 현장 지도까지 나가 관료들과 군인들을 질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스타로보이트 장관은 우크라이나군 침입 3개월 전에 이미 교통부 장관으로 발령받은 상태여서 당시 처벌은 피할 수 있었다.


문제는 러시아가 쿠르스크주를 탈환한 후 실시한 대대적인 감사에서 시작됐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기 전, 쿠르스크주 방어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감사 결과 방어시설들이 노후화되어 있었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방어 예산 횡령 의혹이 제기되면서 스타로보이트 장관과 그의 측근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푸틴이 준 권총으로 자살?…러 교통부장관 의문사[AK라디오] 7일(현지시간)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로만 스타로보이트 러시아 교통부 장관의 생전 모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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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후임으로 임명됐던 쿠르스크주 주지사는 이미 체포되어 수감 중이며, 스타로보이트 장관 역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중 곧 소환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러시아 당국은 그가 이런 상황에서 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횡령의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오히려 적극적인 해명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타살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우크라이나 드론 위협으로 인한 러시아 항공망 마비 사태가 해임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 위협으로 인해 5일부터 7일까지 485편의 러시아 항공편이 취소되고 1900편 이상이 지연되면서 항공사들이 3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군사적 문제로 공군 방공사령부가 책임질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군 관련 인사들에 대한 처벌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역시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러시아 안팎에서는 스타로보이트 장관을 교통부 장관으로 이끌어줬던 러시아 거물 정치인, 아르카디 로덴베르크가 그의 죽음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로덴베르크는 푸틴 대통령과 고향 친구로, 석유 재벌이자 푸틴 대통령의 개인 재산 관리를 담당하는 최측근 인사다.


로덴베르크가 교통부 장관을 역임할 당시 스타로보이트는 교통부 차관으로 재직하며 밀착 관계를 형성했고, 이후 로덴베르크의 추천으로 교통부 장관에 임명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스타로보이트 장관이 검찰에서 쿠르스크주 방어 비용 횡령 문제에 대해 진술할 경우 로덴베르크가 거론될 수 있고, 나아가 푸틴 대통령까지 뇌물수수 의혹과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정황으로 인해 스타로보이트 장관이 자살이 아닌 제거당했을 것이란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또한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의문사한 고위 인사가 50명을 넘어서면서 정계에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특히 2023년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군사 반란 이후 많은 고위 인사들이 숙청되면서 공직사회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살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아무리 좋은 인맥을 가지고 있어도 누구나 제거당할 수 있다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 옛 소련 스탈린 시대와 같은 대숙청, 공포정치 부활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푸틴이 준 권총으로 자살?…러 교통부장관 의문사[AK라디오]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로만 스타로보이트 러시아 교통부장관의 시신이 조사관들에 의해 옮겨지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한편으로 스타로보이트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낙후한 지역의 지방관들도 능력만 있다면 중앙 정계로 끌어올리겠다는 인재 등용 정책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민간 사업가 출신이 공무원을 거쳐 지자체장이 되고 다시 내각 장관으로 임명되는 매우 드문 사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인물마저 의문사하게 되면서 지방관들이 오히려 불안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5선 성공 이후 종신 집권 체제를 구축하려면 지방과의 균형 유지가 중요한데, 이 구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영 언론들은 현직 장관의 갑작스러운 해임과 사망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40초짜리 단신으로만 처리했다. 크렘린궁 브리핑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장관에 대한 신뢰 부족 때문에 해임한 것이 아니었다"는 짧은 성명만 발표한 채 구체적인 사건 조사 결과나 추가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당국의 침묵은 오히려 사건을 묻어버리려 한다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는 그가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었고, 이것이 새나가면 고위 관료층이 위험해져 청부 살인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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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로보이트 장관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그 진상은 시간이 지나야 밝혀지겠지만, 이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소문 자체가 푸틴 정권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러시아 엘리트 계층이 푸틴 정권을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오히려 정권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러시아 정계는 한동안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이미리 PD eemilll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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