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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원대 소파 엘리어슨…마차 만들던 가게는 어떻게 명품 소파 기업이 됐나[기업연구소]

시계아이콘02분 15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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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130년 전통 가구업체 엘리어슨
마차→버스 프레임→소파
시대 변화 따라 기업도 혁신
올해 친환경 제품도 선보여

편집자주우리나라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출 규모와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는 각각 세계 2위(2022년)와 4위(2020년)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년부터 10년간 연평균 6.1%에서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0.5%로 크게 낮아졌다. 혁신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인 '혁신기업'의 생산성 성장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변화가 없다면 기업은 시장으로부터 외면받는다. 산업계가 혁신 DNA를 재생할 수 있도록 해외 유명 기업들이 앞서 일군 혁신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침체된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마중물은 혁신기업이 될 것이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집세보다 비쌌던 것. 엘리어슨의 소파. 지친 상태로 돌아와 내가 좋아하는 이 소파에서 맥주를 목에 흘려 넣는다."


2021년 방영된 일본 인기 드라마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었을 뿐인데' 에서는 27살 그래픽 디자이너인 여자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와 이렇게 대사를 한다. 독신을 지향하는 여주인공은 엘리어슨 소파에 누운 채 태블릿 PC로 코미디 영상을 보면서 이를 '자신의 최고의 행복'으로 꼽는다.


천만원대 소파 엘리어슨…마차 만들던 가게는 어떻게 명품 소파 기업이 됐나[기업연구소] 일본 드라마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었을 뿐인데'에 등장하는 엘리어슨 소파. TBS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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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소파 기준 1000만원을 웃도는 가격이지만, 일본에서는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큰 인기를 끄는 덴마크 대표 소파 브랜드 엘리어슨. 럭셔리 가구의 대명사로 알려진 엘리어슨은 중국과 슬로바키아로 공장을 확대할 정도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원래는 마차를 만들던 작은 회사였다. 인구 500명도 안 되는 덴마크 스캄비 마을에서 시작한 마차 가게는 어떻게 전 세계에 진출한 소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덴마크 남부 한 작은 마을에 살았던 대장장이 견습공 출신 닐스 엘리어슨은 수년간 고된 훈련 끝에 1895년 23살의 나이로 마차 가게를 열었다. 엘리어슨은 덴마크에서 최초로 증기로 나무를 구부려 마차를 만드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다.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이 기술은 나무가 충분히 유연해질 때까지 부드럽게 만들어 제품을 제작할 때 유용했다. 사냥용 마차를 만들면서 그의 솜씨는 입소문을 탔고,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그는 덴마크에서 가장 가볍고 튼튼한 마차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천만원대 소파 엘리어슨…마차 만들던 가게는 어떻게 명품 소파 기업이 됐나[기업연구소] 닐스 엘리어슨 창업주가 라운지 의자를 제작하고 있다. 시기는 라운지 의자를 본격적으로 생산한 1930년대로 추정된다. 대장장이 견습공이었던 엘리어슨은 마차에 이어 버스 프레임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앉는 공간은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엘리어슨 홈페이지

마을에서 엘리어슨의 이름이 알려질 무렵인 1900년대부터 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자동차는 마차의 모양과 흡사했지만, 말만 없는 형태였다. 장인은 직감했다. 적응하거나 서서히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엘리어슨은 자신의 기술이 변화된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냈다. 마차를 제작할 때 사용했던 증기로 목재를 구부리는 기술을 활용해 버스 차체에 필요한 프레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당시 버스는 내연기관을 사용하긴 했지만, 사람이 타는 공간은 마차와 비슷했다. 버스 내외부에 사용되는 문틀과 창문틀 등 프레임은 대체로 나무였다. 버스 생산량이 증가하자 1930년대에는 스캄비 마을 인구의 절반이 엘리어슨에서 일할 정도였다.


천만원대 소파 엘리어슨…마차 만들던 가게는 어떻게 명품 소파 기업이 됐나[기업연구소] 덴마크 코펜하겐 엘리어슨 쇼룸에 전시된 마차. 창업주 닐스 엘리어슨이 직접 만들었다. 엘리어슨 홈페이지

사업이 안정 가도에 들어섰을 무렵인 1934년 엘리어슨 공장은 갑작스럽게 잿더미로 변했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공장에 불이 나 기본 소재가 되는 목재며 공장 라인이 모두 불에 탄 것이었다. 재앙이었다. 그러나 엘리어슨은 이를 기회로 만들었다. 불에 타버린 기존의 구식 생산 방식 대신 새로운 방식을 탑재한 공장을 세웠고, 오히려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시기 엘리어슨은 새로운 공장에서 마차 제작 외에도 스프링이 들어간 소파, 식탁 의자와 라운지 의자 생산 라인을 만들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천만원대 소파 엘리어슨…마차 만들던 가게는 어떻게 명품 소파 기업이 됐나[기업연구소] 엘리어슨이 마차 다음으로 제작한 버스. 엘리어슨 홈페이지

1950년대 각 가정에 텔레비전이 보급되자 엘리어슨은 또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전통적인 덴마크식 휴식이 텔레비전 앞으로 옮겨 갔다. 새로운 휴식을 지원할 가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편하게 쉬면서도 예술적인 부분도 만족시켜내는 가구가 필요했다. 창업주 엘리어슨은 마차나 버스 프레임을 만들 때도 사람들이 편안하게 앉아야 한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엘리어슨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덴마크 디자인을 결합해 소파를 만들어냈다. 증기로 목재를 구부리는 고전 방식을 사용했으며 세련된 덴마크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1960년대 이후부터는 창업주의 손자인 옌스 엘리어슨(3세대 경영)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해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대표적으로 '스트라토스', '베이스라인' 등 제품을 출시하면서 미국, 일본 등 국제적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엘리어슨은 현재 창업주의 4세대인 증손자들이 경영을 맡고 있다.


천만원대 소파 엘리어슨…마차 만들던 가게는 어떻게 명품 소파 기업이 됐나[기업연구소]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쓰리데이즈오브디자인(3daysofdesing)에서 엘리어슨이 처음으로 선보인 친환경 소파 벅스 시리즈. 기존 제품들보다 탄소배출량을 40% 줄였다. 엘리어슨 홈페이지

올해는 친환경을 모티브로 한 소파 '버그'를 출시했다. 지속가능성은 미래 130년을 내다보는 엘리어슨의 기준점이다. 이번 버그 시리즈는 기존 엘리어슨이 출시했던 소파들보다 탄소배출량을 40% 줄였다. 스웨덴산 나무를 사용했으며 100% 재사용이 가능한 섬유로 만들었다. 제품의 모든 부품은 교체가 가능하며 고객이 직접 조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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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어슨은 최고의 품질이 혁신이라고 자부한다. 리사 옌센 엘리어슨 홍보담당자는 "새 제품을 만들 때 품질에 타협하지 않으면서 편안함을 보장하는 게 엘리어슨"이라며 "굉장히 무거운 제품들이 많은데 평생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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