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변호인단 "한덕수에게 먼저 계엄 건의"
총리실 "尹에게 듣기 전까지 보고받은 적 없어"
비상계엄 사태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계엄 계획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사전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행은 허위 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총리실은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미 국회에서 여러 차례 증언한 바와 같이 지난 3일 오후 9시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직접 듣기 전까지 관련한 어떤 보고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26일 밝혔다. 그러면서 "한 대행은 이러한 허위 사실을 주장한 데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정당한 대응조치를 취할 방침이라는 점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무총리를 거쳐 비상계엄을 건의해야 한다는 계엄법에 따라, 계엄 건의와 관련해서 사전에 (한덕수) 총리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밟았다는 게 김 전 장관의 진술"이라고 밝혔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전 한 대행에게 계엄을 건의했다면, 한 대행 역시 비상계엄 사태와 내란 관련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다만,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계엄을 사전 건의한 시점을) 명확히 지목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직전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으로 부른 뒤 국무회의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자 계엄령 발동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통보'였고, 이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게 국무위원들이 국회에서 밝힌 입장이다. 이에 한 대행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다.
한 대행이 반박하고 나서자, 변호인단은 추가 설명을 통해 "사전에 총리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의미는 국무회의에 대통령이 임석하기 직전 총리에게 계엄 이야기를 해 총리를 거친 다음, 대통령이 들어와서 (비상계엄을) 건의하고 심의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즉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소집된 국무회의 자리에서 보고가 이뤄졌다는 뜻이고, 그 이전 시점에 총리와 계엄 계획을 사전 논의한 사실은 없다는 이야기다.
한편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비상계엄 포고령 초안에 '국민에 대한 통행금지' 조항이 포함됐었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삭제를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목적이 '국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인 만큼 일반 국민에 대한 (통제) 내용은 삭제하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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