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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사재 털어 '과학재단' 만든 서경배…"노벨상 힘되겠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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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회장 이어 대이은 과학사랑, 인류 삶의 질 향상 조력자 될 것
출연금 1조로 늘려 100년 재단으로
매년 3~5명 선발, 최대 25억원 지원

3000억 사재 털어 '과학재단' 만든 서경배…"노벨상 힘되겠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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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은 "과학과 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해야만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서 선대회장은 1954년 한국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개설한 후 1957년부터 연구원을 매년 유럽과 일본으로 보내 선진 기술을 배우도록 했다. 해외 기술력을 넘어서려면 우선 배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서 선대회장의 유지를 차남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기술력은 유럽과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아모레퍼시픽이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08년 출시한 쿠션 제품은 세계 여성들의 화장 문화를 바꿨다. 디올을 비롯한 해외브랜드가 쿠션 기술력을 배우려고 아모레퍼시픽의 문을 두드렸다. 랑콤, 비오템 등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를 배출한 로레알도 쿠션 타입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서 회장은 위기를 겪고 난 뒤 과학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지난 1990년대 초 서 회장이 아모레퍼시픽(옛 태평양) 재경본부 본부장 시절, 회사 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 화장품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데다 노조 총파업까지 겹쳐 회사가 존립위기에 처했다. 서 회장은 앞길이 캄캄했다고 한다. 돈을 빌리는 것도 힘들고, 제품이 안팔려 거래처에 가서 야단맞는 것도 지겨웠다.

하지만 회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1992년 태평양 기술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만은 없었다. "강력한 상품을 만들어 보자"고 임직원들과 의기투합했다. 1993년 약의 원료로 쓰이는 비타민을 화장품에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갖고 4년간 연구를 했다. 1997년 '아이오페 레티놀 2500'이 세상에 출시됐고, 이 제품은 소위 '대박'이 났다. 산적했던 회사 전반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었다. 서 회장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과학의 힘을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1일 '이사장'이란 직함으로 홀로 강단에 섰다. 처음으로 30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해 이름을 건 재단을 설립을 알리는 자리였다. 서 회장은 "빌 게이츠 재단도, 록펠러 재단도 모두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면서 "잘못하면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재단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진중한 모습을 내비쳤다. "언젠가는 제가 받아 온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반드시 우리 사회에 더 크게 돌려 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는 그는 "기초 과학의 발전을 위해 창의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과학재단 설립을 통해 오랫동안 품어 온 꿈과 소명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외유천(天外有天)이라는 말을 인용, "'눈으로 보이는 하늘 밖에도 무궁무진한 하늘이 있다'는 뜻"이라며 "잠재력을 지닌 많은 신진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나아나 우리 인류의 삶의 질이 향상돼 세상이 발전할 수 있는데 조력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재단 운영기금은 서 회장이 보유한 아모레퍼시픽 및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를 출연해 마련된다. 서 회장은 "한해 운영비용이 150억원 들어간다고 보면, 3000억원이면 대략 20년 정도 재단을 운영할 수 있다"면서 "재단이 50년, 100년 이상 오래가도록 출연금을 1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긴 안목을 갖고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선발 대상은 '생명과학' 분야의 기초연구에서 새로운 연구활동을 개척하고자 하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국내외 한국인 신진연구자다. 재단은 매년 공개 모집을 통해 3~5명을 선발하고, 각 과제당 5년 기준 최대 2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노벨상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재단을 통해 세계에 길이 남을 연구 성과를 거두는 젊은 과학자가 배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영광의 순간에 같은 자리에 서 있고 싶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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