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검찰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경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6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북한강변 산책로에서 나무에 넥타이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롯데그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이 부회장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6일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한 상태였다.
검찰 수사를 앞두거나 수사를 받는 도중에 목숨을 끊은 기업인들은 이 부회장 외에도 그동안 여러명 있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다. 성 전 회장은 자원개발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지난해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전 회장은 숨지기 전날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왜 자원외교 비리의혹 수사의 표적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이 자실 전에 남긴 메모와 녹취록에는 여권 정치인들에게 불법 자금을 줬다고 폭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검찰 조사 중 자살한 기업인들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 회장은 현대그룹 비자금 의혹으로 대검 중앙수사부 조사를 받다 2003년 8월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에서 투신했다.
2004년 3월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은 바 있다.
비슷한 일은 1980년대에도 있었다. 박건석 범양상선 전 회장은 1987년 4월 거액의 조세포탈 및 외화 도피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투신 자살했다. 범양상선은 당시 1조2000억원의 부채와 경영진 내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들처럼 기업인들이 검찰 수사를 받다 목숨을 끊는 사건은 지속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2005~2014년) 간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한 사람은 기업인과 공직자 등 90명에 달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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