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이 조직폭력배가 가담한 기업대출사기 사건을 추적 수사해 불법대부업자들을 적발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이른바 ‘수입알루미늄 깡’으로 370억원을 불법 융통해 준 혐의(대부업법 위반)로 A(53)씨를 구속기소하는 등 불법 대부업자와 브로커, 깡처리업자 총 13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25일 밝혔다.
‘수입알루미늄 깡’은 급전이 필요한 업체 명의로 알루미늄 수입 신용장이 개설되면 대부업자가 수수료를 뗀 수입대금 명목 자금을 우선 업체에 빌려준 뒤, 수입된 알루미늄은 깡처리 업체가 처리하고 이후 은행에 갚을 대출금은 자금을 꿔 간 업체가 2~3개월에 걸쳐 갚는 구조다. 수입업자가 기한부 신용장 대출을 받으면 실제 거래까지 대금지급 시기를 늦춰주는 제도를 악용한 셈이다.
A씨, B(48, 불구속기소)씨 등 무역대부업자가 2013~2015년 불법 융통한 자금 규모는 11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과 짜고 수입 알루미늄을 처리해 준 C(56)씨, 자금 수요업체 사이에 다리를 놔주고 수수료(1% 상당)를 챙긴 브로커 10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범행은 조직폭력배가 간여한 기업대출사기 사건 전모를 밝히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2014~2015년 유령기업 2곳을 인수해 은행들로부터 55억원대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D(55)씨를 지난 3월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D씨가 범행에 동원한 유령기업이 6곳, 총 137억원 규모 사기대출을 저지른 사실을 밝혀내 추가 기소하고, 달아났던 공범 광주 백운동파 조직원 E(43)씨와 뒤늦게 범행 가담이 드러난 D씨의 친형(57) 등을 적발해 구속 기소했다. 인천부평식구파 조직원 F(40)씨 등 유사 범행을 저지른 일당까지 모두 4개 조직은 가짜 재무제표로 은행을 속여 대출을 받는 수법을 썼다.
불과 수천만원에 인수한 유령기업을 연 매출 100억원대 기업으로 포장하는 데는 가짜 재무제표가 쓰였다. 앞서 재무제표 허위 작성에 가담한 전직 세무공무원 출신 무자격 세무사를 적발한 검찰은 D씨 형제로부터 8100만원을 챙기고 이를 묵인해 준 현직 세무공무원 G(46·6급)씨도 적발해 5월 구속 기소했다. 조직들은 같은 무자격 세무사를 통해 재무제표를 꾸며내는 등 서로 이어져 온 것으로 조사됐다. 4개 조직이 사기대출로 가로챈 금액은 총 236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당시 이들 기업대출사기 일당이 신용장 대출을 통한 범행에 나선 정황을 포착하고, 급전 유통 및 물품 처리에 가담한 이들까지 적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검찰 관계자는 “전통적인 폭력범죄를 넘어 신종 기업금융범죄까지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제3세대 조폭 행태를 재확인했다”면서 “유관기관과의 공조 및 정보공유 강화로 조폭의 신종범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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