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버티고 또 버틴 경기였다. 77분 간 무실점. 그리고 결국에는 멕시코의 골문을 뚫었다. 믿음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올림픽축구대표팀이 8강으로 간다. 대표팀은 11일 브라질 브라질리아 마네 가힌샤 스타디움에서 한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C조리그 3차전에서 멕시코를 1-0으로 눌렀다. 2승 1무로 조 1위를 확정해 8강에 올랐다.
멕시코와의 최종전은 중요했다.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부담이었다. 비기기만 해도 경기가 사실 가장 어렵다. 특히 선제골을 내주면 더욱 그렇다. 심리적으로 급해지면서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축구의 이전의 기록을 찾아봐도 그랬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는 한국은 같은 상황에서 조별리그 탈락했다. 가나와 1차전에서 1-0으로 이기고 멕시코와 2차전에서 0-0으로 비겨 이탈리아와의 3차전은 비기기만 해도 8강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1-2로 져 불발됐다.
신태용호도 일단 심리전을 했다. 이겨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멕시코는 생각대로 강했다. 한국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기 진영에서 보내야 했다.
그래도 힘들게 77분을 버텼다. 후반 32분 권창훈의 선제골이 나오기 전까지 77분이었다. 수비수들은 무실점으로 단단히 버텼다. 투박했지만 몸을 날리고 공을 걷어냈다. 안 되면 다 같이 몸을 맞대어서 슈팅을 막아냈다. 후반 18분에는 하늘이 감동했는지 골대의 도움도 받았다.
기다리니 멕시코의 골문이 열렸다. 후반 32분 권창훈이 전매특허 왼발 슈팅으로 골문 왼쪽 상단 그물을 흔들었다. 이 골로 심리적인 압박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수비수들은 골이 터질 것이라고 믿고 77분을 버텼는지도 모른다. 신태용 올림픽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우리 공격진이 한 골 이상은 넣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앞서 두 경기에서 열한 골을 몰아친 공격수들의 결정력을 신뢰했다. 수비수들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 같다.
올림픽팀 수비는 와일드카드 장현수가 내려온 것이 주효했고 오른쪽 수비 이슬찬도 중요한 순간 때마다 패스를 차단하고 수비했다. 멕시코를 꺾은 힘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아니었을까.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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