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석화제품, 오일메이저 주도로 이동하고 있어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생산 주도권이 기존 화학기업 중심에서 석유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와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에틸렌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12개 글로벌 기업 중 8곳은 석유메이저 또는 자원보유국 국영기업이다.
에틸렌 생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사우디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사빅(연간 생산능력 1074만2000t)이었다. 미국의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은 876만5000t의 생산 능력을 갖춰 3위를 차지했으며, 중국의 국영석유기업인 시노펙은 821만7000t의 에틸렌 생산으로 4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화학기업인 다우를 제외하고는 1~5위를 석유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에틸렌이 대표적인 범용 석유화학제품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현상은 세계 범용 석유화학산업의 중심이 과거 전통 화학기업에서 석유사로 교체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에틸렌이 석유(의 한 종류인 나프타)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석유사들은 에틸렌을 만들기 위해 원료(나프타)를 시장에서 구매할 필요가 없어 원료 안정성 측면에서나 원가 절감 차원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자원보유국이 저가원료를 활용하기 위해 산업을 육성했고, 석유메이저 역시 과거부터 지속된 원료가격 불안정 속에서 화학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며 "여기에 기존 대형 화학기업들의 사업 철수가 맞물리면서 에틸렌 생산 기업의 성격이 크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얼마나 저렴하게 에틸렌의 원료인 나프타를 공급받을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화학기업들 역시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원가 절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에틸렌 생산 상위권에 오른 나머지 4개 화학기업 중 다우와 라이온델바젤은 북미 기반으로 저가 가스원료를 파이프로 공급받고 있어, 이미 저가 원료 혜택을 받고 있다. 11위에 오른 대만 포모사 역시 북미에 대형 설비를 두는 등 설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의 석유화학 통합기업인 이네오스도 영국 셰일가스 개발에 참여하는 등 원료 유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범용 석유화학산업에서 나타난 이러한 현상은 향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추진되는 기초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도 대부분 석유기업이거나, 에너지 기업 또는 국영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들은 에너지 가격 불안정성을 자체 보유 자원 또는 복수의 원료 사용으로 헤지(Hedge·위험분산) 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이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석유화학사업은 투자비 규모는 적으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이익을 창출하는 계열화 사업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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