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지난해 12월 KT가 공언했던 '케이블방송과의 상생방안'이 7개월째 나오지 않고 있어 업계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KT와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상생협의체 구성 방안 논의는 현재 잠정 중단 상태다.
임헌문 KT 사장은 지난해 12월 "국민 기업으로서 KT는 중소 사업자와 상생과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케이블사업자들과 상생방안을 준비했고, 조만간 이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 사장은 KT의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한다. 임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나온 것이다.
앞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M&A 이후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임 사장은 '자기기인(自欺欺人)'이라고 비판하면서 KT가 진정한 상생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자기기인이란 스스로도 믿지 않는 말과 행동으로 남을 속이는 사람을 뜻한다. SK텔레콤은 당연히 이 발언에 크게 반발하고 양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경쟁사의 투자 계획을 '속임수'라고 폄훼하던 KT도 아직까지 상생방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불허한 지금이야말로 KT가 진정한 상생방안을 내놓을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케이블방송 업계는 이번 M&A가 무산되면서 선제적인 구조조정 기회를 잃었다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KT가 아예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KT는 개별SO와 접촉해 '유료방송상생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 개별SO 대표는 "올해 초 KT가 유료방송상생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했던 적이 있다"며 "최근에는 논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KT는 정작 가입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에는 아무런 제안을 하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나 MSO 관계자들은 "상생방안과 관련해 KT와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KT가 실제로 개별SO와 상생협의체를 구성할지도 미지수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가 무산된 후 미래창조과학부는 케이블방송을 포함해 유료방송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가 대책을 내놓는다면 KT의 상생방안은 유야무야될 수도 있다.
KT 관계자는 "조만간 상생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우선 개별SO와 시작한 뒤 MSO와도 논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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