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다'는 영어로 'retire(리타이어)'다.
"자동차의 타이어를 바꿔 장착한다"는 의미다.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게 마련이다. 박세리(39)가 지난주 올 시즌 세번째 메이저 US여자오픈에서 18년 동안 활약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은퇴(retirement)를 선언했다. 개인 통산 25승(메이저 5승)을 수확해 한국 선수 중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1998년 US여자오픈 당시 '맨발의 투혼'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에 놓였던 국민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선사했다. 200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입성해 대한민국 골프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박세리의 활약상을 보고 골퍼의 꿈을 키운 선수를 뜻하는 '박세리 키즈(kids)'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다. 대표 주자가 바로 박인비와 신지애, 오지영, 최나연, 김인경 등이다.
그리스 속담에 "태양이 아무리 찬란하게 빛나도 지기 마련이다(No matter how fair the shines, still is must set)"라는 말이 있다. 박세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은퇴를 아쉬워했지만 "하나의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기를 바란다. 골프 영웅 아놀드 파머와 벤 호건,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이 모두 같은 길을 걸었다.
"서둘지 말고, 그러나 쉬지도 말고(Without haste, but without rest)"라는 격언을 마음에 새기면서 정진하기를 바란다. "행운의 여신은 용감한 자의 편이다(Fortune favors the brave)"라는 명언을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인생은 은퇴로부터 시작한다(Life begins at retirement). 그동안 즐기지 못했던 것과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면 된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 때 마침 다음달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는 한국여자골프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지도자로서 '박세리 키즈'들과 함께 금메달을 따냈으면 좋겠다. 지금 박세리에게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 처럼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좋아, 어쨌든 내일은 또 다른 날이니까)"라는 철학이 필요하다.
글=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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