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폭스바겐, 되치기 한 환경부…폭스바겐 한국시장 퇴출 위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과 환경부의 물밑 공조가 폭스바겐을 코너로 몰아넣었다.
환경부는 늦어도 오는 29일까지 폭스바겐 모델의 국내 판매금지 처분을 단행할 방침이다. 조작된 시험성적서로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차량은 32종 79개 모델이다. 환경부 방침이 현실화할 경우 폭스바겐은 한국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까닭은 폭스바겐 측의 버티기가 일차적인 원인이다. 폭스바겐은 환경부 고시의 허점을 파고들며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임의설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리 공방' 불씨를 살리는 쟁점 이동 전략을 꺼냈지만, 결과적으로 검찰과 환경부 되치기를 자초한 행동이었다.
검찰과 환경부는 폭스바겐 대응을 '한국 무시'로 받아들였다. 법에 규정된 제재수단을 토대로 반격을 준비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는 최종 확인된 배출가스, 소음 인증 시험조작서 조작 내용을 지난달 30일 환경부에 통보했다.
환경부가 행정조치를 취하려면 행정조사가 필요하다. 환경부 자체로 행정조사를 별도로 진행하려면 시간과 절차상 복잡한 부분이 있기에 검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조작 문제를 둘러싼 자료를 요청했고, 검찰은 적극적으로 응했다.
폭스바겐 문제와 관련해 검찰과 환경부는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다. 검찰도 배출가스 조작 차량 테스트 과정에서 환경부 산하 기관 도움을 받고 있다. 검찰은 요청받은 자료를 지난 6일 환경부에 전달했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환경부는 배출가스 문제와 관련해 저승사자와도 같은 존재다. 폭스바겐은 대기환경보전법 제55조 제1호의 칼날에 치명상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해당 법조문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은 경우 환경부 장관이 인증을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부는 검찰과 협의를 통해 조작내용의 경중 등을 면밀히 검토해서 인증취소 대상을 최종적으로 선별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12일 폭스바겐 차량 32종 79개 모델의 청문회 계획을 회사 측에 통지했다.
검찰은 환경부와의 공조를 통해 행정적 제재를 추진하는 것과는 별도로 고강도 수사를 통해 폭스바겐 본사와 한국법인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검찰은 12일 폭스바겐 한국법인 인증담당 이사 윤모씨를 시험성적서 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수사를 진행한 이후 폭스바겐 임원의 첫 번째 기소 사례다.
검찰은 폭스바겐 본사 수사를 위한 독일과의 형사사법공조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는 형사사법체계가 달라서 당장 사법공조가 이뤄지기는 어렵지만, 폭스바겐 본사를 압박하는 효과는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환경부 조치에 폭스바겐은 큰 충격을 받았고 본사에서도 굉장히 당혹해 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면서 "인증이 취소되면 그 차량은 시장에서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