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 비판서, 韓日서 출판 텍스트 비교분석해 검증
모순된 서술·추상화로 진실 왜곡 많아…韓日 전후보상 치명적 문제 등 지적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박유하 세종대 교수(59)가 2013년 발간한 '제국의 위안부: 식민지 지배와 기억의 투쟁'은 학술서다. 민족주의와 국가라는 이념에 의해 가려진 위안부 문제에 기존 시각과 다르게 접근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81) 등 일본의 제국주의와 재무장에 반대하는 지식인들은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일부 내용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이 제기됐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2015년 서른네 곳이 삭제된 제2판이 출간됐다. 박 교수와 제국의 위안부는 이 재판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일본 매체들은 박 교수를 '반일' 한국의 언론탄압에 내몰린 '양심적 지식인'이라고 보도했다. 소송은 끝나지 않았다.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표현하는 등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교수의 주장에 대한 비판은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학문적으로도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 재일동포 사학자인 정영환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36)가 쓴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 제국 위안부의 반역사성'은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종합적인 비판서다. 한일 양국에서 벌어진 관련 사태의 본질을 분석하고, 실증적 방식으로 제국의 위안부가 가진 문제와 배경을 검증한다. 정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가 위안부 제도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책임을 최소화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자의적으로 왜곡 및 전유한다고 지적한다. 또 일본의 '전후보상'의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과대평가하는 등 치명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 아사히신문 논설주간 와카미야 요시부미 등 제국의 위안부의 옹호자들은 위안부 피해자들과 비판자들이 이 책을 오독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 교수는 한국과 일본에서 출판된 제국의 위안부의 텍스트를 비교분석하고, 여기에 인용된 출전을 모두 검증해 맞불을 놓는다. 제1장 '제국의 위안부,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그는 "논지의 이해가 쟁점이 돼버린 원인은 실은 독자 쪽이 아니라, 명료함을 현저하게 결여한 제국의 위안부의 서술 자체에 있다"고 썼다. 이어 "주요 독자로 연구자만을 상정한 학술서가 아니라 일반교양서다. 전문용어나 술어, 개념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사용되는 말만 보면 평이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서술이나 용어 사용 탓에 '논지'를 읽어내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고 적었다.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는 세 가지에 주목한다. 모순된 서술이 편재돼 있고, 중요한 개념을 독특한 의미로 사용하면서도 전혀 정의를 하지 않았으며, 언급한 대상이 필요 이상으로 추상화돼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는 것이다. 제국의 위안부 한국어판은 "정신대에 가면 위안부가 된다"는 소문을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당시에 이미 정신대에 가면 위안부가 된다는 오해가 있었기 때문에…경우에 따라서는 당시의 윤 교수도 그런 소문을 들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실제로 정신대에 간 후에 위안부가 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그 소문이 결코 거짓은 아니었다. 아마도 이와 같이 혼동이 생긴 것은 실제의 경우에 입각하지 않고 그런 '소문' 자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식민지 특유의 공포가 그와 같은 소문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 교수는 이 기술에서 모순되는 세 주장이 병존한다고 지적한다. ▲소문은 '오해'다 ▲소문은 "결코 거짓은 아니다" ▲소문은 "식민지 특유의 공포가 유발한 거짓"이다. 그는 "위안부에 조선인 여성이 많았던 원인에 대한 기술에서도 어떤 곳에서는 '식민지였던 것이…이유였던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반면 다른 곳에서는 '조선이 식민지화되었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원인이다'라고 서술하는 등 모순된 서술이 무수히 존재한다"고 적었다.
제국의 위안부는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를 비판하는 듯 보이지만 현재의 일본군 책임부정론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 교수는 이 책에 "공창시설론, 성노예 부정, 업자 주범설에 입각한 국가와 군의 책임 부정, 강제연행 부정 등을 주장하는 '일본군 무죄론'과 일치한다"면서 "일본군의 책임을 발상, 수요, 묵인에만 한정해 오히려 군의 책임을 개개의 병사나 업자에게 전가하는 책임 해제의 논리다. 일본 국가의 책임을 극소화했다고 할 수 있다"고 썼다. 이밖에도 일부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제국의 위안부가 받아들여진 이유 등을 설명하며 제국의 위안부를 책임을 묻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제국'의 논리로 수정하려는 저술로 정의한다. 그러면서 "역사수정주의는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커다란 문제"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생각은 제6장 '망각을 위한 화해에 저항하며'에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외무장관이 발표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를 거론하며 "소녀상이 오랫동안 일본 정부나 극우 보수계 미디어의 격렬한 반발의 표적이었다는 지금까지의 경위를 감안하면 '합의'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한국 정부는 소녀상을 대사관 앞에서 철거하도록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촉구할 것을 일본 정부에 약속한 것"이라고 썼다. 당시 아베 신조 총리(62)는 국회에서 '군의 관여'에 대해 "위안부 모집에 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이것을 담당했다"고 했다. 주요한 책임이 업자에게 있다는 뉘앙스였다.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학 교수(70) 등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책임의 소재를 애매하게 하는 이런 사과는 피해자들을 또다시 우롱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윤병세 외교부 장관(63)은 "이 문제가 최종적이자 불가역적으로 해결됨을 확인한다"며 일본 측 조치의 착실한 실시를 전제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앞으로 위안부 문제 대해 상보 비난과 비판을 삼갈 것을 표명했다. 일본 정부의 반성과 회개는 물론 법적 배상 없이 한 말이었다. 일본에서의 역사교육이나 추도, 기념사업에 대한 어떤 약속도 얻지 못했다.
제국의 위안부가 주장하는 '화해'론에 근거하면 한국 정부가 정대협이나 피해자들의 책임추궁의 목소리를 봉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경제협력이나 위로금을 보상이라고까지 명명해 일본 사회가 직시할 책임을 해제해주고 말았다. 더구나 합의에서 일본 정부는 위안부 제도가 전쟁범죄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역사인식을 전제로 한 화해는 일본 사회에 편리한 위안부 이미지를 현실의 피해자들에게 강요하게 될 수 있다. 그럼 점에서 이 책은 제국의 위안부를 넘어 박유하 현상이라는 한일 사회의 중대한 지적 담론상의 현상을 역사적으로 규명해내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정영환 지음/임경화 옮김/박노자 해제/푸른역사/1만5000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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