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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의 體讀]올라갈 길도, 의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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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하류층만 있는 중산층 실종시대
100명중 3명만 "미래가 밝다"
2030에겐 신분상승에 대한 기대도 사라졌다


[최대열의 體讀]올라갈 길도, 의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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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미래가 밝다'고 답한 사람은 100명 가운데 세 명이 채 안된다.

60% 정도는 어둡다고 답했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시대는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80%가 그렇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데 한국에 적을 두고 살아가는 이에게도 낯설지 않은 결과다.


2005년 '하류사회'라는 책을 쓴 미우라 아츠시는 10년이 지난 후 그간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후속조사를 진행했다. 저자는 10년 전 일본이 이미 '1억 총중류사회'에서 멀어졌다고 진단했다. 1억 총중류사회는 고도성장기인 1970년 일본의 인구가 1억을 넘어선 후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던 1973년 즈음을 일컫는다.

빈부격차가 적은 사회를 언급할 때 자주 인용되는 표현으로, 여기서 멀어졌다는 건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었다. 그는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사람과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사람으로 사회가 양분됐다"며 "계층별 소비행동이나 라이프스타일, 가치관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대열의 體讀]올라갈 길도, 의지도 없다


이 같은 예측을 면밀히 검증해보기 위해 저자는 미츠비시종합연구소가 해마다 3만명을 상대로 실시하는 생활자 시장예측시스템 조사결과를 활용하는 한편 1000명을 따로 추려 추가설문을 했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격차고정'은 방대한 설문조사결과를 뜯어보고 일본 사회의 현실을 녹여 분석한 책이다. 이웃 국가인 일본의 현실을 그리고 있지만 책을 읽고 있으면 한국의 현재를 보여주는듯한 느낌이 든다.


부제로도 쓰인 "이제 계층상승은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씁쓸하면서도 부인하기 힘들다. 지옥(hell)과 과거 우리나라(조선)을 일컫는 헬조선이나 부모의 자산에 따라 신분을 정하는 수저계급론을 단순히 농담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엄연히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학벌철폐를 주장해온 시민단체 '학벌없는 사회'는 학력이 더 이상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해체를 선언했다. 자본의 힘이 더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자본이 자본을 창출하는 자기증식 속성이 강한데다 손쉽게 대물림되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계급구조가 고착화된 신분사회로 규정하는 것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게 됐다.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으로 양분..계층별 소비·가치관의 격차 갈수록 확대
70~80년대 고도성장 경험없는 젊은층은 자신이 어떤 계층인지 개념 없을수도


계층의식에 대한 질문(생활수준을 상중하로 구분할 때 당신은 어디에 속하는가)에 대해, '하'를 택한 사람43%로 가장 많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4%포인트 정도 늘었다. 저자는 "이 같은 수치는 1960년대 일본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와 비슷한 결과"라며 "중산층보다 빈곤층이 많다는 점에서 현대 일본은 1960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전반의 하류화가 뚜렷한 가운데 젊은 세대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자신의 생활수준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일본의 50~60대 장년층의 경우 고도경제성장기나 거품경제 시대를 거치면서 사회의 변화, 생활수준의 향상을 몸소 겪었다. 그러나 지금의 20대는 그런 경험이 없다. 신분상승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계급이나 계층에 대한 인식 자체가 희미해진 셈이다.


저자는 "누구나 유니클로를 입고 100엔숍에서 쇼핑을 해 겉으로는 모두 평등해 보이는 탓에 자신이 어느 계층에 속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중산층이 하류화하는 과정에서 자라났으므로 자신이 중산층인지 빈곤층인지 모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공무원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한국 사회 현실에 대입해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공무원 가운데는 스스로를 상류계층이라고 여기는 이가 회사 임원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다른 직종보다 많은 편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은 계층이 떨어졌다고 인식하는 이도 전혀 없었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지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공무원이 상류층에 몰리는 사회는 정상적인 게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새로운 상품과 사업, 기술을 궁리하는 민간기업 직원들이 빈곤층이 되는 시대,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라고 되물었다.


책에 묘사된 하층 직장인의 삶은 처량하다. 점식식비가 500엔도 채 안 되는 사람들의 비율이 절반 가까이나 됐다. 대략 편의점 도시락 수준이다. 업무에 필요한 양복을 최근 사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70%가 넘었다. 통상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엥겔지수가 높은데 이제는 외식이나 식료품비도 더 줄인다. 차는 아예 사지 않거나 사더라도 경차다. 여가시간은 스마트폰으로 때운다.


저자는 계층간 격차확대, 경제적 불평등이 일상이 된 현대사회의 구성원은 사고방식까지 우울하게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미래는 어둡고 다음 세대는 더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인 것도 그래서다. 부모의 소득이 준 대학생은 학비를 지원받지 못하고 값비싼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르바이트에 지쳐 학업이나 시험에 소홀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일본에서는 '블랙바이트'라는 신조어도 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업체에서 대학생을 너무 부려 학교에 시험보러 갈 시간조차 없다는 걸 빗댄 표현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해본다면, 계층상승이 많이 이뤄지는 것보다는 어떤 계층에 속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 게 가능한 사회가 이상에 가까울 테다. 돈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비인간적인 대우가 횡행한다면 그건 야만이나 다름없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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