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 '낱말의 습격'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편견이란 치우친 견해, 한쪽에서만 보는 견해를 말합니다. 우린 너무나도 많이, 편견을 가지지 말라고 들었기에, 이 말이 낯설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종적인 편견, 성적인 편견, 지역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것을 옳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자신의 견해가 편견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바로 편견을 굳어버리게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믿고 있기에 자기반성이나 자기수정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은 대개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언론에서는 입장과 관점이라는 포인트로 설명합니다. 입장과 관점은 달리 말하면 '편견'이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원천적인 이유입니다.
진보와 보수는 각자의 편견과 관성적 사유로 세상을 이해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맞고, 상대는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편견을 가지라는 것은, 자신의 의견이 편견임을 직시하고, 다른 의견에 대해 자신의 의견에 상당하는 권리를 부여하라는 뜻입니다. 각자 편견으로 얘기할 수 있는 소통구조에서, 편견을 편견으로 제압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편견을 가진 사람. 그것은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생래적인 '인식조건'을 받아들인 인간조건의 결과물인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가 어쩔 수 없이 편견을 가진 사람이며, 자신 속에 들어있는 편견을 발견하고 그것을 타인의 견해와 조정하여 수정함으로써 보다 보편에 이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내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가를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일입니다. 내가 옳다고만 믿거나 고집하는 사람은, 편견에 대한 공부가 부족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옳다는 것은, 관점의 문제일 경우도 많고, 제한적이거나 잠정적인 것들일 수 있습니다.
나의 편견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고, 생활과 습관 속에 어떻게 배치되는지를 아는 사람은,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 나의 편견이 다른 사람의 편견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사람, 세상의 많은 의견들은 자기 입장에서 키우고 굳힌 생각들이니 만큼,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열린 사람입니다.
다양한 의견들을 공존하게 하는 인내심은 바로, 자신의 편견을 시인하는데서 나옵니다.
신은 한 인간이 모든 것을 알 수 없도록 '제한적 잠정적 지식'을 부여해놓은 뒤, 소통활동과 논의활동과 교류활동을 통해, 지식을 보편으로 확장하라는 명령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편견은 그러니까, 인간의 공동생활을 명하는, 조물주의 섬세한 배려의 하나가 아닐지요.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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