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의 '시샘'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백일홍이 백일 동안 핀다고 누가 그랬나.
백일홍은 백일 동안 지는 꽃이다.
꽃은 떨어져 내려 시나브로 색에 시들고
그 곁에서 매미가 악을 쓰고 우는
백일은 얼마나 긴가.
어혈이 빠지기도 전에 다시 어혈을 입는
백일은 얼마나 더딘가.
----- 이현승의 '고통의 역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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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들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일어나는 현기증 같은 시다. 이현승이란 시인. 1973년생이다. 실핏줄이 낱낱이 터진 얼굴로 산모휴게실에 차갑게 혼자 누워있는 아내를 보며, 제 인생에서 가장 무거운 무게를 들어올리는 역도선수를 생각한 사람. 백일 동안 붉느라 얼마나 힘들었는가. 삶이여.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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