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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돈키호테 정치인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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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돈키호테 정치인을 기대하며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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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잔치는 끝났다. 정치권이나 유권자나 모두 냉엄한 현실로 돌아왔다. 그것은 북핵 위기와 경제위기라는 복합위기의 현실이다.


북한은 핵무기 실전배치를 위해 핵탄두 소형화와 미사일 성능개량을 거듭하며 남한을 위협하고 있다. 북핵위기는 우리의 생존에 대한 직접 위협이 되고 있다. 경제위기도 매우 심각하다. 발표될 때마다 성장률은 하락한다. 심지어 올해 2.4%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해외 투자은행은 1%대를 예상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뚜렷한 해법은 없다. 유엔제재에도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경제는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내수도 좋지 않아 성장률이 반등하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산업구조조정 지연으로 신성장 동력 창출도 부진하다. 올해 들어 한 건도 수주 못한 조선분야는 구조조정과 실업 태풍이 몰아칠 태세다.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최근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머문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실기업 정리에 박차를 가할 뜻을 밝힌 것만 봐도 그럴 것 같다.


위기가 심화할수록 고통을 많이 받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서민이다. 이들은 지금 치솟는 전셋값과 건강보험에 등허리가 휜다. 건강보험은 총선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대 사안이다. 소득이 없어도 전세든 자가든 재산과 보유자동차를 평가해 보험료를 매기는 탓에 국민 불만이 많다.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되면, 소득이 한 푼도 없더라도 집이 있다는 이유로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반면 소득이 있으면서도 피부양자로 등재해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도 많다. 소득 중심으로 징수체계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북핵도 그렇고 경제문제도 그렇고 해결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해결은 대단히 어렵다. 기성 정치인들이나 정책 결정자들은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면서 해결을 미뤘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20대 총선 결과 달라진 정치지형에 기대를 건다. 이번 총선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제1당이 됐고 양당체제를 비판한 국민의당은 원내에 38명을 입성시켰다. 전체 300석 중 127명이 물갈이됐다. 42.3%가 새로운 인물로 바뀌었으니 새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과욕일까.


이념이 다르고 당이 달라 민주당과 초선의원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머리를 숙인 초심을 적어도 얼마간은 가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유권자를 염두에 두되 적어도 약자의 입장에 서서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고. 지극히 당연한 것일 수 있는 말을 하는 이유는 당연함에도 입법과정에서는 그렇지 않은 예가 수도 없이 많았던 탓이다.


그런 측면에서 돈키호테 같은 정치인이 나오길 기대한다. 돈키호테는 흔히 무모한 사람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러나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가 1605년 쓴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와 10년 뒤인 1615년 출간한 '기발한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를 읽어보면 그것이 편견임을 알게 된다. 돈키호테는 무모한 모험을 하고 조롱과 비웃음을 받지만 늘 "불의를 바로잡고 무분별한 이들을 고치며 권력의 남용을 막고 빚을 갚아주겠다"고 말한다. 그는 통치자로 가는 종자 산초판사에게 가난한 자의 눈물에 더 많은 연민을 가지며, 가난한 자의 흐느낌과 끈질기고 성가신 호소 속에서와 똑같이 부자의 약속과 선물 속에서도 진실을 발견할 것도 촉구했다. 정의의 회초리를 꺾어야 할 경우가 있다면 뇌물의 무게 때문이 아니라 자비의 무게 때문에 그렇게 할 것을 주문했다. 이런 말을 하는 돈키호테는 미치광이가 아니라 참전과 부상, 노예생활과 파산 등 산전수전을 겪은 세르반테스의 이상주의를 구현한 인물이다.


500여년이 흘렀어도 돈키호테의 충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세상살이의 본질은 달라진 게 없는 탓이다. 자기만의 정치를 펴겠다는 신참 국회의원들은 한 번쯤은 읽어볼 필요가 있다. 다스리고 복종 받는 것의 달콤함에 젓지 말라고 따끔하게 충고하는 돈키호테 말을 실천하는 국회의원을 기대한다.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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