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부터 애플에 아이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애플은 약 10여년간 '애증의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소송, 스마트폰 경쟁 등으로 껄끄러운 관계이기도 하지만, 결국 핵심 협력사(삼성)와 고객(애플)의 관계로 다시 한 번 협력하기로 했다. 애플은 프리미엄 디스플레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삼성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애플은 삼성의 맞수이자 핵심 협력사다.
삼성은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부터 애플에 프로세서 등 부품을 공급했다. 애플은 기기 부품의 40%가량을 삼성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0년 삼성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로 아이폰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애플은 2011년 4월 삼성전자 제품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베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도 맞소송에 나섰다. 두 회사의 특허 소송은 한국, 독일, 일본,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 전방위로 확대됐다.
소송이 격화되면서 애플은 삼성에 의존하던 부품 공급선을 다변화했다.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하는 반도체, D램 등을 삼성전자가 아닌 일본, 대만 업체로 다변화시켜나갔다. 2012년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5는 부품의 상당수가 삼성 외의 업체 부품으로 교체됐다.
이듬해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납품해 온 애플 아이패드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공급이 줄기도 했다. 특허소송을 진행하며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것이다.
양측의 화해 물꼬는 2014년부터 트이기 시작했다. 2014년 8월, 양측은 미국 외 나머지 국가에 낸 특허 소송을 서로 거둬들이며 극적으로 화해의 물꼬를 텄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국 현지에 머물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나 소송전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소송 취하에 이어 이번에는 애플 아이폰의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를 삼성이 공급하기로 하면서, 양사가 해빙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 공급을 위해 충남 아산 디스플레이단지의 A3 공장에 아이폰 전용 OLED 라인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렉서블 OLED 패널 생산을 위해 지은 A3 공장은 현재 6세대(1850㎜×1500㎜) 기준으로 월 1만5000장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월 최대 450만대의 5인치 스마트폰용 패널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IT업계에서는 애플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출시하는 차세대 아이폰부터 현재의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아닌 능동형 올레드(AM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으로 관측해 왔다.
이외에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기어S2도 애플의 운영체제 iOS에 연동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이폰과 기어S2도 연동이 가능해지는 것. 삼성 스마트워치는 기존 안드로이드 기반 디바이스만 지원해 애플 생태계와 경쟁해왔지만,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애플과 손을 잡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디스플레이 최대 고객을, 애플은 프리미엄 수준의 디스플레이를 공급받을 수 있어 완벽한 협력 관계가 구축됐다"며 "앞으로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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