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LG전자의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는 환율ㆍ원자재 가격 하락에 힘입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환율효과를 배제한 LG전자의 경쟁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는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5% 급등한 505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증권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집계한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 4266억원을 18%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이 같은 실적에 대해 증권가는 환율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IBK연구원은 '바다에 떠 있는 재고'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예컨대 LG전자는 정보기술(IT) 제품이 아닌 가전제품이기 때문에 배로 제품을 실어 나른다. 재고가 바다에 떠 있는 동안 환율이 급변하면 때에 따라 이득이 될 수도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매출은 4.5% 줄었지만 이익은 되레 늘어난 점도 환율 덕이라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1분기 때 이머징(신흥국가) 환율이 급등락하면서 생활가전 등에서 적자를 냈고, 이 과정에서 LG전자 내부적으로 환율 등에 대한 위기관리 능력, 비용 통제 능력이 높아졌다"며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서 석유로 만드는 플라스틱 등 원재료 부문에서 이득을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 HE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이 환율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20% 줄었었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하락에 의한 어닝서프라이즈란 점은 LG전자에 새로운 숙제를 안겨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수익이 극대화된 것은 회사 자체의 경쟁력도 있지만 환율, 원재료ㆍ패널 가격 하락 등 요인이 크기 때문에 월말 실적발표 때 이미 올라간 기대치를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사업이 속해 있는 MC사업본부의 실적 개선이 필수라고 봤다.
스마트폰 부분은 2분기부터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가 1분기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부터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전체 영업이익 추정치는 5400억원인데 이 중 MC사업본부가 37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며 "다만 G5 효과로 1분기 적자에서 흑자전환 정도로 예상하며 산업 상황과 경쟁사 신제품 등으로 의미 있는 이익을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