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은 새벽 거래…외국인 수요 흡수
ETF 이어 채권·파생 상품까지 거래
수수료 유연화·통합 공시 시스템도 필요
해외 주요국은 이미 다양한 대체거래소(ATS)가 정규거래소와 경쟁하며 분할된 시장 구조를 정착시켰다. 국내 증권거래 시장이 넥스트레이드의 출범으로 경쟁체제로 전환됐지만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유연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공정경쟁 체제와 통합 공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국 증시 인프라 혁신
4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각국의 ATS 운영 현황은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착됐다. 미국은 현재 78개의 ATS가 등록돼 운영 중이며, 상장주식(NMS) 거래에서 ATS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3% 수준이다. 2023년 기준 ATS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688억 달러로 2020년 대비 26.5% 증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2년 기준 152개의 자간거래시설(MTF)과 30개의 조직화거래시설(OTF)이 운영되고 있으며, 주식 거래의 34%, 채권 거래의 28%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EU 채권시장의 경우 정규거래소(RM)의 비중이 7%에 불과해 대체 거래시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MTF는 정규거래소와 경쟁하며 거래소 집중을 완화하고, 다양한 주문제도와 수수료 구조를 통해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OTF는 주식 거래가 제외되는 대신 채권이나 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전용 시설로, 운영자가 특정 매도·매수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재량권 행사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다자간매매체결회사와 구조적으로 가장 유사한 형태인 사설거래시스템(PTS)을 운영하는 일본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장기간에 걸친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일본은 1998년 거래소 집중의무를 폐지하며 PTS 제도를 도입했으나 초기에는 정규거래소 중심의 규제로 인해 성장이 부진했다.
일본은 2010년 중앙청산소의 PTS 거래 청산을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5% 공개매수 의무 면제 등 규제를 완화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2019년 PTS 신용거래 허용, 2023년 최선집행원칙 시행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지면서 2024년 일본 PTS의 주식거래 비중은 12.2%까지 증가했다. 장외거래 내 PTS 비중은 2010년 13.8%에서 2024년 75.9%로 급증하며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잠들지 않는 시장
해외에서는 야간시장을 운영하는 ATS가 등장하며 증권 거래시간이 대폭 확대된 점이 특징이다. 일본의 재팬넥스트는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4시까지의 주간거래뿐만 아니라 오후 4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이어지는 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블루오션은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 운영되는 야간거래 전용 ATS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극대화했다.
최근 미국 야간 주식시장은 더욱 다변화되고 있다. 기존 'BOATS'와 'IEOS' 외에도 2024년 11월 'MOON ATS', 2025년 3월 'BRUCE ATS'가 잇따라 출범하며 야간 거래 플랫폼이 확대됐다. 미국 내에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야간 거래 수요와 아시아 투자자의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이러한 시장 다변화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국내 넥스트레이드 역시 출범 당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총 12시간의 거래시간을 제공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그러나 오는 6월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 움직임에 대응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래시간의 추가 확대와 제도 정교화 등 한층 진화된 혁신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 ▲상장지수펀드(ETF)·조각투자 등 글로벌 ATS 수준의 거래대상 확대 ▲ATS 규제 합리화에 대한 의견 개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는 "앞으로도 자본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투자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글로벌 투자 확대와 한국 자본시장의 정상화 과정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남겨진 과제
넥스트레이드의 성공적인 첫해는 독점의 시대를 끝냈다는 의미가 있지만 향후 1년은 양적 성장을 질적 혁신으로 연결하고, 제도를 정교화해야 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넥스트레이드는 ETF 거래 진출과 글로벌 표준화로 유동성 확대와 시장 경쟁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다만 야간거래 등에서 미국·일본 ATS에 비해 국내는 15% 거래량 제한 규제와 외국인 참여 부족이 주요 제약요인이다. 향후 과제는 점유율 제한 완화, 본격 야간거래 허용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아름 자본연 선임연구원은 "일본은 신용거래 허용 등 제도 정비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한 만큼 거래종목 확대, 시장조성자 인센티브 강화, 수수료 구조 유연화 및 정보 제공 강화 등 거래 요건 완화와 투자자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의 유연한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유럽처럼 제도적 통합성과 공정성 기반을 마련해 복수시장 구조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시장감시체계 일원화 및 이상거래 탐지시스템 연계, 시장 통합 공시체계 구축 등에 대한 중·장기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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