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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공천 파동과 정치 테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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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공천 파동과 정치 테마주 전필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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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후보 등록 마감을 몇 시간 남기지 않은 지난 23일 밤, 새누리당 공천의 최대 관심사였던 유승민 의원이 탈당 선언을 했다. 정권 실세그룹인 '친박계'의 눈엣가시였던 유 의원은 끝내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그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유 의원이 탈당을 한 다음날인 24일부터 증시에서도 유 의원 바람이 불었다. 이른바 '유승민 테마주'들이 동반 급등을 했다. 대표이사가 위스콘신대학교 기계공학 석ㆍ박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는 삼일기업공사는 이틀간 50% 이상 급등했다. 유 의원은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삼일기업공사뿐 아니다.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위스콘신대 출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곳은 모조리 유승민 테마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유 의원의 매형이 사외이사로 있는 기업, 밀양에 있는 기업들까지 유승민 테마로 분류되고 있다. 밀양 소재 기업들은 유 의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동남권 신공항은 밀양에 유치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매개로 테마주가 됐다.


이 같은 유 의원 테마는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MB 테마주, 박근혜 테마주의 판박이를 보는 듯하다. 학연, 지연, 혈연을 바탕으로 한 테마주 연결은 정치 테마주의 전형적 모습이다.

유승민 테마뿐 아니다. 유력 대권 후보들은 저마다 테마주를 보유하고 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높은 지명도만큼이나 증시 테마주군들도 다양하다. 유승민 의원과 이재오 의원 등의 지역구에 공천을 거부하며 대표이사 직인을 가지고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이른바 '옥새' 투쟁이라는 유행어를 만든 김무성 대표도 테마주들을 거느리고 있다. 공통점은 역시 대부분 학연, 지연, 혈연으로 연결됐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 같은 테마주들의 급등은 해당 기업의 펀더멘탈(실적 등 기초체력)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테마의 끈이 되는 학연, 지연, 혈연의 고리도 약하다. 가장 많은 정치 테마주를 거느린 반기문 테마의 경우, 반 총장의 학교(서울대)와 고향(충북) 관련 기업들이 다수 포진돼 있지만 이들이 반 총장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결정적 증거는 밝혀진 게 없다. 반기문 테마주 중 대장주가 반 총장의 동생이 사외이사로 근무했다는 기업일 정도다.


더구나 이렇게 따지면 반기문 테마주 중 상당수는 유승민 테마주로 변신할 수도 있다. 반 총장과 유 의원 모두 서울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도 서울대 출신이니 대표가 서울대 출신인 기업들은 모두 정치 테마에 엮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은 밀양에 위치한 한 기업을 유승민 테마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테마에 모두 묶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밀양이 본사이니 유승민 테마고, 최근 바뀐 대표이사가 오세훈 전시장과 동갑에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테마주들이 10년 가까이 기승을 부리고, 진화(?)까지 하자 감독 당국은 단속의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테마주 바람을 잡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시장감시위원회에서 특별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선거가 눈앞에 다가오자 정치테마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펀더멘탈과 무관하더라도 주가가 상승하니 재빨리 들어가 차익을 실현하겠다는 투자자들의 탐욕과 이를 이용한 세력들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는 셈인데 요즘 정치판을 보면 이 같은 테마주들의 모습과 꽤나 유사한 듯하다.


최근 공천 파동은 양상은 여야를 막론하고 반대파를 찍어내고, 자기 사람들을 심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권력만 안중에 있고,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비판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일 이어졌다. 국민을 위한 정책을 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가까운지가 공천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보였다.(정치 전문가들이 그렇게 얘기한다.)


실적과 무관하게 유력 정치인과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오르는 정치 테마주들의 모습이 2016년 한국 정치를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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