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축구대표팀이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얻었다. 고명진(28·알라얀SC)이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였다.
고명진은 27일 태국 방콕 수파찰라사이 스타디움에서 태국과 친선경기에서 선발 출전, 풀타임을 뛰었다. 도움 한 개를 기록하며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고명진은 기성용(27·스완지시티)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한 사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 수비라인 바로 앞에서 조율하고 패스를 공급했다. 후반 22분 한국영(26·카타르SC)과 주세종(26·FC서울)이 들어온 뒤에는 조금 더 앞쪽에서 활약했다.
고명진은 그동안 새 얼굴들이 첫 경기부터 맹활약해 온 '슈틸리케호의 법칙'을 이어갔다. 확실하게 그의 활약을 보여주는 공격포인트도 있고 실제 내용에서도 좋은 장면이 많이 나왔다.
고명진은 전반 5분에 도움을 기록했다. 상대 미드필더의 공을 뺏은 뒤에 전진한 후 전방으로 정확한 침투패스를 연결, 석현준(25·FC프로투)의 선제골을 도왔다.
고명진의 활약은 도움 뿐만 아니었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패스와 방향 전환이었다. 고명진은 공을 잡으면 침착하게 좌우로 볼을 적절하게 배급했고 안전하게 뒤로 돌리기도 했다.
한국이 전반 중반부터 점유율을 높여 태국을 압박하게 한 힘도 고명진으로부터 나왔다. 고명진은 상대가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공을 잘 돌렸다. 기성용이 뒤를 굳이 봐주지 않아도 경기를 잘 컨트롤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아니지만 중앙 미드필더로 가장 중요한 안정감을 보여줬다.
의미가 남달랐다. 중앙 미드필더는 팀의 경기 운영 전반을 좌우할 수 있는 자리고 사람으로 치면 척추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전체적인 대표팀의 틀을 잡고 새로운 선수들을 실험했지만 중앙 미드필더는 크게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고명진의 새로운 등장과 좋은 활약은 선수층을 더 두텁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
수비도 공격도 괜찮았다. 고명진은 전반 16분 태국이 빠르게 진영을 넘어오자 강하게 압박하면서 속도를 줄이고 끊었다. 후반 16분에는 왼쪽에서 공을 잡고 수비수 뒤로 공을 쳐 놓고 돌파를 시도하다가 코너킥을 만들었다. 좋은 판단, 시도였다.
고명진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기성용이 없을 때 중원 플랜B를 찾고자 했던 대표팀에게 좋은 옵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명진을 통해 여러 가지 새로운 조합이 추가되고 시험해 볼 여지도 생겼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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