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2박 3일간의 쿠바 방문을 마쳤다. 이번 방문에는 늘 ‘역사적’이란 접두어가 붙어다녔다. 미국 언론들도 예외없이 ‘오바마의 역사적 방문(Obama's historic visit)’이란 표현을 썼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과 쿠바는 지난 50여년간 그야말로 원수지간이었다. 1959년 1월 쿠바의 친미 정권이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주도하는 혁명군에 의해 무너지면서 쿠바 혁명이 성공하자, 미국은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이후 미국은 쿠바에 대한 전면적 금수조치에 주력했다. ‘쿠바 공산 정부’를 고사시켜 굴복시키겠다는 의도였다. 구 소련의 붕괴로 냉전체제는 해체됐지만 미-쿠바관계는 아메리카 대륙의 마지막 남은 냉전시대 유물로 최근까지 남아있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방문 마지막 날 쿠바 국민들에게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묻기 위해 쿠바에 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쿠바는 물론 전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기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바나 도착 첫 일성이었다.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88년만에 아바나를 다시 찾게됐다면서 “실제로 백악관에서는 불과 (비행기로)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감회를 피력했다.
이말을 듣는 순간 기자의 기억은 2007년 10월로 시간 여행을 했다. 당시 청와대를 출입했던 기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취재단의 일행으로 평양에 2박 3일간 머물렀다. 방문 첫날인 2일 오전 취재단을 실은 버스는 청와대를 출발, 개성에 거쳐 평양까지 달렸다. 당시 남북의 관계자들은 “원래 평양까지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도로 사정이 안좋아 조금 더 걸릴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때에도 ‘3시간 남짓’이란 말이 뇌리에 박혔었다. “그 짧은 거리를 돌고 돌아서 평양으로 가는구나”라며 혼잣말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나마 남북관계는 이후 급속도로 후진하고 말았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정점으로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사상 최악이고 일촉즉발의 긴장관계가 하루하루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사이에 미국과 쿠바 관계는 오히려 급진전을 이뤘다. 한반도 문제는 이제 ‘지구촌을 통틀어 마지막 남은 냉전의 잔재’라는 불명예마저 더하게 됐다. 오바마의 쿠바 방문은 현재 상황이 아무리 험악하고 복잡하더라도 ‘분단 70년의 잔재 극복’이라는 화두를 놓쳐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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