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쿠바 방문을 마쳤다. 2박 3일간 일정으로 쿠바를 국빈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마지막 날에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뒤 다음 순방국인 아르헨티나를 향해 떠났다.
마지막 날 행사의 백미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었다.50년 넘게 적대국으로 지내온 미국의 대통령이 TV 생중계를 통해 쿠바 국민들과 직접 소통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변화를 보여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알리시아 알론소 국립극장에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냉전의 마지막 잔재를 묻기 위해 쿠바에 왔다”고 밝혔다. 이어 “아바나는 플로리다에서 90 마일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이곳에 오기 위해 역사와 이념의 장벽, 고통과 분리의 장벽이라는 먼 거리를 여행해야 했다”면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으며 과거의 이념적 갈등을 뒤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취했던 쿠바 금수조치에 대해서도 “쿠바 국민을 돕는 대신 피해를 줬다”면서 “이제 (미 의회가) 금수조치를 해제할 때”라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민주화와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언급했다. 그는 “쿠바 국민은 자기 생각을 가슴에만 두지 말고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말해야 하며 민주주의를 포용해야 한다”면서 “쿠바 국민이 두려움 없이 자기 생각을 말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쿠바인들에게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와 사상과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나라는 유사한 식민지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서 “같은 피를 나누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사이가 멀어진 두 형제 같다”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연설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아바나의 미 대사관에서 쿠바의 인권운동가와 반정부 인사들을 만나 이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날 오후 아바나 라티노아메리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국가대표팀의 친선 경기를 관람하는 것으로 쿠바 방문 일정을 마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쿠바 국민들과 함께 야구 경기를 4회까지 관람한 뒤 다음 행선지 이동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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