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통영에는 봄이면 계절음식으로 도다리쑥국을 하는 집이 많다. 봄 도다리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봄에 도다리의 살이 올라 맛이 좋기 때문이다. 이 도다리를 된장과 함께 맑게 끓이면서 봄에 돋아나는 쑥의 향을 더한 것이 도다리쑥국이다. 도다리의 맛이며 쑥의 향을 봄 무렵에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통영 행 버스에 오르는 사람도 많다.
쑥은 대표적인 건강식품으로 단군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 민족과는 인연이 깊다. 곰은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다. 쑥이 '사람됨'에 효능이 있다면 신화에서 보다 요사이 더 많이 먹어야 하겠지만, 피를 맑게 하고 성인병, 부인병 등에는 확실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특히 봄에 나는 쑥이 좋다. 정월 보름 전에 쑥국을 세 번 먹으면 아랫도리가 무거워 문턱을 못 넘는다는 말도 있다. 문턱을 못 넘을 정도로 무거워지면 곤란할 수 있겠지만 챙겨 먹지 못하는 것도 서운한 일이다.
쑥은 특유의 쌉쌀한 맛도 인상적이지만 주로 향으로 즐긴다. 소설가 황석영은 한 에세이에서 어린 시절 가출해 절에서 얻어먹은 쑥밥에 대해 썼다. 그는 "쑥밥은 그냥 산하에 널린 쑥을 뜯어다가 콩나물밥이나 무밥처럼 넣고 지은 밥에 양념장을 쳐서 비벼 먹는다. 푸른 물이 든 쑥밥의 매캐한 향내도 입맛을 돋운다"고 했다.
도다리는 광어와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광어는 가을에 맛이 좋고 도다리는 봄이다. 비슷하게 생긴 이 둘을 구분하는 방법이 눈의 위치라는 얘기는 많이 퍼져있다. 이를 '좌광우도'라고 외우곤 한다. 왼쪽에 눈에 몰려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몰려있으면 도다리라는 것이다. 대체로 맞지만 그렇다고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제철 도다리와 쑥은 함께 끓여 먹으면 몸에도 좋지만 맛도 일품이다. 살이 오른 제철 도다리는 담백한 맛으로 혀를 휘감고 해쑥의 향은 후각을 자극한다. 다른 재료를 더하지 않아도 잘 우러난 국물 역시 겨우내 닫혀 있는 가슴을 뚫는 느낌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이진경 디자이너 leeje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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