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아라 인턴기자] 소문으로만 존재했던 ‘세계적인 여성 디자이너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 나치 독일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70년 만에 공개된 프랑스 비밀문서에서 드러났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러 등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프랑스 첩보기관들이 주도한 지하공작을 연구해온 프랑스 역사학자 모임이 코코 샤넬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당시 행적과 공작 등을 소상히 기록한 수천점의 비밀 기록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기록들은 나치 독일의 첩보기관(abwehr,아프베어), 샤를 드골 장군이 이끌던 반독(反獨) 저항조직(레지스탕스) 첩보기관, 친독 비시 정권 정보기관 등 당시 관련 기관들로부터 나온 서한, 보고서, 전문, 사진 등으로 오랫동안 수도 파리 교외 한 성곽에 보관돼오다 이번에 공개됐다.
이 기록들 가운데 샤넬 관련 파일 중에는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1944년 11월 파리에서 작성된 메모도 포함됐다. 메모에는 “마드리드에서 활동하는 한 정보원은 샤넬이 1942년부터 이듬해까지 귄터 폰 딩크라게 남작의 정부 겸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알려왔다”며 “딩클라게는 1935년 스페인 주재 독일대사관 주재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고 선전전문가로 첩보기관 요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우리들의 판단”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밀 기록 관리를 책임진 관리자는 “독일의 관점에서 보면 정보 제공, 임무 수행 등 활동을 위해 샤넬을 공작원으로 정식 등록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샤넬의 입장에서 보면 그가 과연 자신이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알았을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인 샤넬의 창시자인 샤넬의 나치 스파이 의혹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그가 조국을 지키려고 파리를 떠나지 않고 리츠 호텔에서 생활하다 독일군 장교와 사랑에 빠졌으며, 전쟁이 끝나자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스위스에서 망명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샤넬이 단순한 협력자 차원을 벗어나 스파이였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40년 뒤인 2011년 미국 언론인 핼 보건이 펴낸 ‘적과의 동침, 코코 샤넬의 비밀전쟁(Sleeping With the Enemy: Coco Chanel's Secret War)’에서 당시 57세인 샤넬이 아프베어의 비밀공작원이 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귀족 가문 출신으로 나치 선전선동 책임자로 실세였던 요제프 괴벨스의 최측근인 딩크라게의 구애와 회유로 스파이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세가 불리해지자 독일이 영국에 밀사로 샤넬을 보냈으며, 이는 샤넬의 옛 연인인 웨스트민스터 공작과 전시 영국 총리인 윈스턴 처칠이 서로 흉금을 터놓는 친구라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했다.
조아라 인턴기자 joar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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