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포도주와 심혈관 질환 관계 규명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포도주를 많이 마시는 프랑스. 그럼에도 심혈관 질환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고 부르죠. 포도주에 뭔가 비밀이 숨어있을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그 비밀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풀렸습니다.
포도주에는 '레스베라트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레스베라트롤이 세포 내에 있는 신경전달 단백질인 엠톨과 만나면 심혈관 질환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포도주에 많이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이 심혈관 질환을 낮추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인체 내 단백질 중 하나인 엠톨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레스베라트톨(resveratrol)은 포도의 껍질이나 여러 식물의 뿌리에 존재하는 물질로 암을 억제하고 당뇨병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퇴행성 신경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 천연물질입니다.
엠톨(mTOR)은 세포 내에서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입니다. 세포의 크기, 분열, 생존 등 조절에도 중심적 기능을 합니다. 이 단백질의 비정상적 조절이 암,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포화지방과 포도주를 통한 알코올 섭취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심혈관계 질환이 낮은 현상을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고 부릅니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이 포도주에 함유돼 있는 특정한 물질에 있다고 생각했고 포도주 속에서 레스베라트롤 이라는 물질을 발견했습니다.
레스베라트롤의 긍정적 효과는 세포 내 자가소화작용(autophagy)을 통해 나타난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레스베라트롤에 의한 자가소화작용 발생의 세포 내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레스베라트롤의 기대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예측이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레스베라트롤의 활용범위에 제한이 있었죠.
국내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레스베라트롤에 의한 자가소화작용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세포 내 인산화 효소인 엠톨의 활성이 억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엠톨과 레스베라트롤의 구조를 바탕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엠톨 돌연변이를 이용한 세포 내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레스베라트롤에 의한 엠톨의 활성 억제는 상위 조절 분자를 통해서가 아니라 엠톨에 직접 결합해 엠톨과 반응하는 기질인 ATP와 경쟁을 통해 일어남을 발견했습니다. ATP(adenosin triphosphate)는 아데노신에 3개의 인(phosphate)이 붙어 있는 구조로 인이 떨어질 때 에너지가 나오기 때문에 세포 내에서는 이를 활용해 생체 구조를 작동 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세포 내 에너지 화폐로 부릅니다.
이번 연구로 레스베라트롤을 이용한 치료 범위는(퇴행성 신경질환, 항염증 작용, 항 당뇨작용)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연구는 류성호 포스텍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2월 23일자(논문명:Resveratrol induces autophagy by directly inhibiting mTOR through ATP competition)에 실렸습니다. 제 1저자는 박도현 포스텍 박사후 연구원입니다.
류성호 교수는 "포도 안의 레스베라트롤과 체내 엠톨과 관계를 밝힘으로써 여러 암과 대사질환, 퇴행성 신경질환 등의 치료를 위한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며 "질병치료제로서 레스베라트롤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부작용까지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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