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에너지 음료의 낮은 pH가 치아 손상 일으켜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에너지 음료가 치아 표면의 경도를 낮춘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에너지 음료의 평균 pH는 3으로 치아부식증이 우려됩니다. 젊은 세대에 최근 에너지 음료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문제는 에너지 음료가 치아를 부식시키고 치아 법랑질 표면의 경도(硬度)를 크게 낮춘다는 사실입니다. 법랑질은 치아 내부의 상아질과 치수를 보호하는 가장 바깥부위를 말합니다. 에나멜(enamel)·사기질이라고도 부릅니다.
호원대 치위생학과 이혜진·원광보건대 치위생과 오한나 교수팀이 현재 판매 중인 에너지 음료의 법랑질 부식 능력을 평가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습니다.
연구팀은 국내에서 판매량이 많은 에너지 음료 제품 3종을 각각 소의 치아(시편)에 1∼30분 동안 담가 놓았습니다. 이어 1분, 3분, 5분, 10분, 15분, 30분이 지난 뒤에 소의 치아를 꺼냈습니다. 1분 동안 증류수로 씻어낸 다음 표면미세경도계로 소 법랑질의 표면경도를 쟀습니다. 비교를 위해 생수 1종도 함께 실험했습니다.
에너지 음료나 생수를 소의 치아에 넣기 전엔 소 법랑질의 표면 경도는 284.3∼284.6 VHN으로 비슷했습니다. VHN은 물질의 경도(硬度)를 나타내는 단위를 말합니다.
생수에 30분 담갔다가 꺼낸 소 법랑질의 경도는 284.9 VHN으로 연구 시작 전과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반면 에너지 음료 A에 30분 담갔다가 꺼낸 소의 법랑질 경도(119.7 VHN)는 연구 시작 전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에너지 음료 B와 C에 30분 담갔다가 꺼낸 소 법랑질의 경도는 각각 208.9, 210.5 VHN이었습니다. 에너지 음료A보다 낮은데 생수와 비교하면 법랑질의 강도를 크게 낮춘 셈입니다.
세 가지 에너지 음료의 수소이온농도, 즉 pH는 2.5∼3.4였습니다. pH 수치 7은 중성으로 이보다 수치가 낮으면 산성, 높으면 알칼리성이라 말합니다.
오 교수는 "에너지 음료가 산성을 보이는 것은 유기산인 구연산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조사한) 세 가지 에너지 음료의 평균 pH는 3.0으로 치아 부식증을 유발하는 pH인 4.4보다 낮아 셋 모두 법랑질 부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치아부식을 예방하려면 pH가 낮은 에너지음료를 빨대를 이용해 최대한 치아에 닿지 않게 바로 섭취해야 한다"며 "에너지 음료가 입 안에 머무는 시간이 짧도록 빨리 마시고 음료를 마신 후 입안을 물로 헹구거나 불소용액을 이용해 양치할 것"을 권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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