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베이커리 등 젊은층 작은사치 열충에 수요 늘어
국내 빵집에는 '가성비' 따지는 것과는 대조적
브리오슈도레, 올 4월부터 가맹사업 본격화…100개 매장 목표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9일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1층에 위치한 프랑스 베이커리 브리오슈도레에는 점심시간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가득 붐볐다.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은 이들은 오믈렛, 지중해식 파스타, 크로크무슈 등의 브런치를 즐겼다. 이날 매장을 찾은 장모씨는 "외국계 빵집으로 알려져있지만 정작 빵을 사가는 사람은 안보인다"며 "2만원대 파스타에 병맥주까지 있어 빵집이라기보다는 레스토랑 같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베이커리를 내세우며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빵집 및 커피점들이 '작은사치' 열풍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비싼 가격에도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20~30대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것. 국내 빵집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우며 가혹한 가격 잣대를 들이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계 빵집에만 지갑 열기가 '관대한' 국내 소비자들 덕분에 해당 업체들의 성장은 고공행진 중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프랑스의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 브리오슈도레는 올 4월부터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본격화한다. 이달 3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에 8번째 매장을 내는 등 기존까지는 직영점 위주로 운영했지만 앞으로는 100개 매장을 목표로 가맹점주 모집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2013년 브리오슈도레는 프랑스 빵을 국내에 알리겠다며 진출했지만 현재 빵보다는 브런치 및 레스토랑 메뉴에 주력하고 있다. 1만4000원짜리 파니니를 비롯해 1만3000원~1만7000원짜리 샌드위치, 2만1000원짜리 스파게티 등을 판매하고 있다. 빵은 주로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에서만 테이크아웃 형식으로 다룬다. 가격은 일반 빵집보다는 비싼 편이다. 크로와상의 경우 2800원이며 밀푀유, 타틀렛 등은 6000원~7500원대다. 그럼에도 점심시간이면 장사진을 이룬다. 유럽풍 식문화를 즐기고 싶어하는 30대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여의도서 근무하는 직장인 염모씨는 "카페테리아에 앉아서 여유롭게 식사하는 유럽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동료들과 가끔 찾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비심리를 겨냥해 브리오슈도레는 '한국에서 먹는 프랑스 빵'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빵반죽 자체를 프랑스 본사서 직접 조달받기 때문에 현지의 빵맛 그대로를 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베이커리인 곤트란쉐리에도 2014년 서래마을에 1호점을 연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현재 매장 수가 17개로 크게 늘었다.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프랑스 현지의 재료와 곤트란쉐리에만의 차별화된 레시피'가 특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명세에 힘입어 1년새 제품가격도 많이 올랐다.
대표 메뉴인 크로와상은 국내 처음 입점했을 때보다 2600원에서 2800원, 스콘 오 말차는 3000원에서 3300원, 뺑오쇼콜라 2800원에서 3100원 등으로 10%가량 올랐다. 주로 백화점 등에 입점하면서 비싸졌다. 그러나 빵 가격으로 트집 잡는 이들은 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유명 맛집을 방문했다는 들뜬 후기만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및 프리미엄 베이커리가 '작은사치' 열풍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브리오슈도레 여의도점, 곤트란쉐리에 서래마을점, 아티제에서 운영하는 딸기뷔페 전경.
베이커리로 시작한 아티제 역시 최근 커피와 빵 외에도 홈메이드 스타일의 요리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분당정자점에서는 특급호텔에서만 진행하던 딸기뷔페를 실시하고 있다. 매일 오전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딸기 디저트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호텔값의 반값이라지만 성인은 2만6000원, 어린이 1만8000원으로 이용시간은 2시간 제한됐다. 그런데도 주말에는 예약없이는 못갈 정도로 인기다.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는 케이크 가격도 호텔 수준이다. 5만~6만원대에 이르는 제품들도 숱하다. 그러나 '고급 디저트'를 찾는 이들로 수요는 꾸준하다. 덕분에 매장 수는 2013년 35개에서 올해 52개로 49% 늘었다.
이처럼 외국계 빵집들은 프리미엄 정책을 통해 가격과 매장 운영 방식 등에 막힘없이 고공행진 중이지만 국내 빵집들은 사정이 다르다. 브런치, 디저트뷔페는커녕 있는 베이커리 제품들도 최근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소비 트렌드 때문에 신제품을 출시할 때에도 기존 가격대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마스카포네 아이스크림과 치즈큐브 아이스크림, 까망베르 치즈를 더한 '치즈디저트아이스크림'을 내놓았다. 기존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디저트로 출시했지만 가격은 기존 미니 케이크와 비슷한 가격대인 5000원으로 책정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도 최근 내놓는 빵이 1000~2000원을 넘지 않는다. 주초에 출시한 3cm 두께의 브런치 식빵은 1300원이고 개성도나쓰는 1000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베이커리 제품은 무조건 맛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반면 똑같은 제품이라도 국내 프랜차이즈 제빵업체가 만들었다고 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며 "유달리 외국계 빵집에 대해서만 후한 것 같아 베이커리 업계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아쉽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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