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방동 주민들 "정비구역 해제 요건 '30% 동의' 갖췄는데도 '보류' 결정…납득 어렵다"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매달 월세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노인들의 생계는 어떻게 책임질 거에요. 당초 추진 과정도 석연치 않았고 해제를 신청하는 법적 요건을 갖췄는데도 왜 보류가 됐는지 납득이 안 됩니다."
지난해 7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신대방 역세권의 주민 70여명이 4일 오후 서울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법적 요건을 갖춰 정비구역 해제 신청을 했음에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지난 2일 '보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시청을 방문한 주민들은 대부분 70~80대 고령이었다. 단독주택·다가구 소유자라고 밝힌 이들은 정비사업이 착수되면 생계를 유지하는데 지장이 크다며 정비사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단독·다가구 주택을 소유한 대다수는 월 100만~200만원 정도의 월세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는 70세 이상 고령층"이라며 "이곳에 아파트를 짓게 되면 (집이 헐려) 임대 수입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이자 돈을 내서 빼줘야 할 형편"이라고 전했다.
동작구 신대방동 600-14번지 일대(5만8747㎡)는 지난해 7월 장기전세주택 도시환경정비사업 지구로 지정됐지만, 8개월 만에 해제 신청이 접수됐다. 관련법에 따르면 토지 등 소유자 30% 이상이면 정비구역 해제신청을 할 수 있는데, 신대방 역세권의 경우 총 528명 중 164명(동의율 31.1%)이 해제 동의서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날 도계위에서는 광진구 구의동 592번지 일대 주택재건축 정비구역 해제 신청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내려진 것도 주민들의 반발을 산 이유다. 두 구역 모두 구역 해제요청을 할 수 있는 주민 동의율인 30%를 넘겼는데도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주민들은 법적 요건을 충족시켰는데도 보류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해제 요건을 충족하면 대부분 받아들이지만 이 경우에는 정비구역 지정 요건도 충족했다. 양쪽 입장이 첨예하니 구청에서 면밀히 검토해 보라는 취지에서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지자체가 정비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는 주장도 주민들로부터 나왔다. 동작구청은 신대방 역세권 도시환경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면서 토지 등 소유자의 67%(456명 중 304명)의 동의서를 징구했다고 공지했지만, 과정상 미비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시청을 방문한 한 주민은 "소유자가 아닌 세입자들에게 서류를 접수해 가는 등 당초 정비구역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며 "지역이 낙후됐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