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 가서 골프 잘 친다고 자랑하지 말라."
미국 역시 지방색이 뚜렷하고, 지역마다 특성이 있다. '톰 소여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뉴욕에서는 돈, 필라델피아에서는 가문, 보스턴에서는 학벌,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주먹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 하와이의 화두는 바로 골프다.
필자는 예전에 하와이에서 10년을 살았다. 무엇보다 100여개 골프장 전체를 섭렵한 게 기억에 남는다. 하와이나 괌, 오키나와 등 섬에서의 골프는 특히 남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바로 바람 때문이다. 시시각각 제멋대로 불어 방향과 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오전에는 육지에서 바다로 약한 육풍이, 오후에는 반면 바다에서 육지로 강한 해풍(Kona Wind)이 분다.
그린도 같은 맥락이다. 바다와 인접해 오션 브레이크(ocean break)가 있고, 코스 뒤의 큰 산은 극심한 마운틴 브레이크(mountain break)를 조성한다. "자연은 결코 인간을 속이지 않는다(Nature never deceives us)"는 속담이 있지만 하와이에서는 예외다. 태양과 바다, 야자나무, 산세 등이 어우러진 착시현상(optical illusion)이 오전과 오후에 따라 다르다.
내리막으로 보이는데 막상 스트로크를 하면 오르막이고, 상향 그린으로 보이는데 치면 내리막 경사다. 우리나라의 제주도 골프장을 연상하면 된다. 라운드 할수록 깊은 밀림 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여기에 공기가 건조해 그린이 아주 빠르고, 화산지대라서 페어웨이와 그린 모두 딱딱해 잘 튄다. 비거리는 국내보다 10~30야드 더 나간다.
하와이 골퍼들은 맞바람(head wind)에서는 의도적으로 저탄도(low trajectory), 일명 '윈드 치터(wind cheater)' 구질의 공을 친다. 바람을 속인다고 해서 생긴 용어다. 방향을 가늠한 뒤 저탄도와 고탄도, 오조준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자연에 순응하는 영리한 플레이에 능한 셈이다.
하와이에서는 그래서 돈내기 골프는 금물이다. 백전백패라고 보면 된다. 한국의 싱글 디지트 핸디캐퍼라고 우쭐대다가는 큰 코를 다친다. 현지 골퍼들은 "보다 현명하게 플레이를 하라(You need to play much smarter at the Hawaii golf course)"고 조언한다. 하와이에서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You should always bear yourself modestly)"는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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