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꽉 막혀 있는 정국에 '세월호 참사 특별검사' 임명 문제가 새로운 복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를 두고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으로 여야가 강대강으로 맞붙은 가운데 선거구 획정을 담은 공직선거법 처리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 특별검사 임명문제 역시 '화약고'가 될 수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세월호 참사 관련 특별검사 수사를 위한 국회 의결 요청안(이하 특검 요청안)'을 심사했다. 하지만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결의안 성격을 지닌 특별검사 의결 요청안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가 아닌 법사위에서 논의해야 하는지 등 절차 등을 두고 쟁론을 벌이다, 결국 특검 요청안은 상정만 하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초 법사위는 특검 요청안과 북한인권법을 다음 전체회의에서 처리하려 했지만, 임박한 여야 지도부 회동 등을 위해 북한인권법만 우선적으로 처리한 바 있다.
앞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 19일 특별검사 수사를 위한 국회 의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세월호특별법 37조에 따르면 특조위는 특별검사가 필요할 때 자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국회에 임명을 요청하도록 되어 있다. 일반 특검법을 통해 특검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 특검법에는 수사대상에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이라는 조항이 걸려 있다. 특조위가 요청하면, 이를 국회가 의결해 특검 임명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특조위 국회에 요청하는 절차를 밟음에 따라 소관상임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두고서 26일 혼란이 빚어졌다. 일단 국회사무처는 특검 관련 사안이가 때문에 법사위가 이 요청안을 다뤄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여당은 법사위를 거쳐야 할지 농해수위를 거쳐야 할지 등의 절차상의 논란 가능성을 들어 법안 심사에 응하지 않았다.
반면 야당은 법사위에서 처리되어야 하며, 본회의에서도 이를 의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사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전해철 더민주 의원은 "당연히 법사위에서 심의를 마쳐 본회의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국회 의사과에서 법사위에서 거치는 게 맞다가 하는데 새누리당에서 부당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가 주목 받는 이유는 전날 안정행정위원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이 법사위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검 요청안과 공직선거법이 같이 법사위에 계류된 것이다. 전 의원은 더 나아가 본회의에서 의결안이 처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세월호특별법을 보면 (특별검사) 수사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한 차례 다시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는 세월호특별법 자체가 특별검사를 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새누리당이 세월호특별법 등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피력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법사위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특조위는 기존 정부의 세월호 참사 관련 조사의 한계와 조사대상자와 참고인에 대한 진술 청취권만 갖고 있는 특조위의 법적 한계 등으로 인해 진상규명이 어렵다며 특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조위는 결의 요청안을 통해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과제를 부여받고 있는데,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한계 때문에 세월호 참사 관련 책임자처벌에 대하여는 검찰고발이나 국회에 특별검사 의결을 요청하는 방법을 통해서만 실현할 수 있다"며 "특검을 책임자 처벌은, 여야 합의에 근거한 국회 의결의 결과물이므로 그 자체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회를 중심으로 세월호 참사 극복을 위한 국가적 노력을 다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국민적 믿음을 회복하게 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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