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ECB, 은행수익 충격 감소방안 고민"…콘스탄치오 부총재 다층적 금리체계 가능성 언급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현재 -0.3%인 예금금리의 추가 인하를 고민 중인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은행 수익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CB는 2014년 6월부터 마이너스 예금금리 정책을 도입, 지난해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를 -0.3%까지 낮췄다. 유로존 은행들이 ECB에 맡기는 초과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물리고 있는 것이다. 시중 은행이 ECB에 돈을 묵히지 말고 대출을 하게끔 만들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마이너스 예금금리가 은행 수익을 줄여 되레 경기에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ECB가 추가로 예금금리를 낮추면서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추가 예금금리 인하와 관련해 은행에 타격을 주지 않는 방안이 ECB 통화정책 관계자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9일 비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마이너스 예금금리 충격으로부터 은행을 보호하기 위해 ECB의 정책금리 체계를 조정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콘스탄치오 부총재는 다층적(tiered) 기준금리 체계를 언급했다. 다층적이란 은행들에 추가 인하된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일괄적으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는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ECB가 예금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유로존 은행 수익이 급감할 수 있다며 ECB가 예금금리를 더 낮추려면 일부 중소형 은행들에는 예외를 두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요컨대 추가 인하된 예금금리를 적용받는 은행과 적용받지 않는 은행으로 나뉠 수 있는 셈이다.
노무라의 닉 매튜스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다층적 금리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은행 부문에 미치는 충격을 일부 줄이면서 정책금리 인하를 계속 할 수 있는 방식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FT는 다층적 기준금리 체계에 대한 논의의 결론이 3월 통화정책회의 직전까지도 내려지지 않을듯하다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입장이 콘스탄치오 부총재와는 약간 다르다. 지난 1월 드라기 총재는 마이너스 예금금리 정책이 은행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ECB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이지, 은행의 수익 보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은행 수익 악화 우려가 ECB 통화정책 결정의 변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FT는 일부 ECB 정책위원들은 물가 등 추가 경제지표를 보고 추가 예금금리 인하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마이너스 예금금리와 함께 ECB가 양적완화 정책도 시행하고 있어 이들 부양 조치가 유로존 은행 수익에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CB의 다음 통화정책회의는 내달 10일 예정돼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ECB가 예금금리를 최소 0.1%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0.2%포인트 추가 인하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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