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시그널', 이와 비슷한 설정인 영화 '프리퀀시', 그리고 시간여행을 다룬 대표적인 영화 '백 투 더 퓨처'.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과거를 바꾸면 현재도 바뀐다는 것이다. 시그널에서 과거의 이재한 형사가 대도사건 진범을 잡자 그 사건으로 억울하게 감옥에 갔다 현재 출소한 남자에게 죽은 김혜수가 살아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도 과거로 여행을 간 주인공 마티는 공교롭게 자신의 어머니와 만나게 되는데 어머니가 자신에게 호감을 느껴 아버지와 결혼할 가능성이 적어지자 존재 자체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설정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부정하는 역설을 내포하고 있다. 이른바 '모친 살해 패러독스'다. 과거로 가 모친을 살해할 수 있다면 결국 자신이 존재할 수 없고 애초에 과거로 시간여행을 갈 수도 없는 것이다. 이 비유가 섬뜩하다면 '증조할아버지 패러독스' 정도로 설명할 수도 있겠다. 증조할아버지가 자식을 낳기 전 나라를 팔고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기에 현재의 증손자가 과거로 여행을 가 증조할아버지를 제거한다면 증손자 역시 태어나지 못할 것이고 과거로의 여행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 된다.
이런 역설을 피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다중 우주론에 근거한 '평행 우주'다. 우리 우주와 비슷한 여러 개의 우주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과거로 가 증조할아버지를 암살하는 우주와 할아버지가 멀쩡히 자식 낳고 사는 우주가 따로 존재한다. 이 때문에 다른 우주인 과거로 여행을 가 스스로 존재의 근원을 없애는 행위가 인과율에 위배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역시 시간여행을 가 바꾼 과거에 영향을 받는 우주와 관계가 없는 우주가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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