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돕는다"는 말은 요사이 원래 의도와 달리 대안 없는 리더의 무책임에 대한 비아냥거림으로 읽힌다. 하지만 타임머신과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말처럼 적절한 답도 흔치않다. 물리학에서 타임머신을 설명할 때면 반드시 우주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주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18년으로 여행을 가보자. 물리학에서 미래로의 여행은 상대성이론의 시간지연 효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움직이는 자의 시계와 정지해 관측하는 자의 시계가 다르게 간다고 설명한다.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선을 타고 있다면 정지해 있는 지구보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
이를테면 한 과학자가 너무 빨리 나는 우주선을 타고 한 시간 동안 여행을 하고 왔는데 지구에서는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수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선의 시간과 지구의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 과학자는 한 시간 만에 2년 뒤 미래인 2018년 2월로 여행을 간 것이다. 가능만 하다면 2018년 2월이 언제 올지 한숨뿐인 국민들에게 희소식이다.
더 먼 미래로의 여행도 설명할 수 있다. 빛의 속도로 나는 우주선을 타고 500광년 떨어진 별에 간다고 가정하자. 다시 돌아온 지구는 1000년 뒤의 미래다. 하지만 이 같은 추진력이 있는 우주선은 과학 기술로 설명할 수 없다. '백 투 더 퓨처'에서 브라운 박사는 스포츠카 드로리안을 타고 1.21기가와트의 에너지에 88마일(시속 142㎞)로 주행하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영화니깐 하는 얘기다.
속도를 올려 시간을 넘나들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아예 시간을 뛰어 넘는 통로가 있다면 어떨까. 칼 세이건의 소설 '콘택트'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는 이 같은 '웜홀'을 소재로 한다. 이 작품의 자문은 캘리포니아 공대의 킵 손 교수가 했다. 웜홀은 시공간이 떨어져 있는 두 지점을 잇는 일종의 지름길이다. 원래 시공간에서 멀리 돌아가야 하는 길을 웜홀을 통해 오갈 수 있다면 미래로, 과거로의 여행이 설명된다.
하지만 최근에 국내에 발간된 과학잡지 '스켑틱(Sketic)'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마이클 셔머 편집장의 글을 실었다. 그는 "(킵 손은) 1990년대 초에 이르러 자신의 이론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고 모든 타임머신은 작동하는 순간 저절로 파괴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썼다. 만약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왜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들은 보이지 않느냐는 스티븐 호킹의 지적도 소개했다.
다만 이에 대해 호주 멜버른대학 물리학과의 제임스 리치먼드 교수는 "킵 손의 이론은 웜홀 타임머신을 이용하는 시간 여행자가 웜홀이 창조된 순간으로만 시간을 거슬러 여행할 수 있다고 했다"며 "웜홀 타임머신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를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킵 손의 타임머신은 알려진 모든 물리법칙에 부합하며 시간여행의 가능성이 성급하게 부정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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