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다가오는 설 연휴는 닷새다. 여느 해보다 많은 특집 영화가 안방극장을 찾아간다. 드라마, 액션, 코미디, 역사, 모험, 범죄 등 메뉴도 다양하다.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한 설 영화들을 방송사별로 간추렸다.
◇ KBS1·2TV
KBS 2TV는 역대 최다 흥행작으로 포문을 연다. 누명을 쓰고 파면당한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해 왜군과 맞서는 이야기인 김한민 감독(47)의 '명량(2014년)'을 6일 오후 10시35분에 방송한다. 다음날 오후 11시40분에는 의문의 살인 사건에 휘말린 남자와 아내를 구하려는 의사, 이들을 쫓는 형사들의 추격을 그린 '표적(2014년)'이 전파를 탄다. 8일 오후 9시50분에 방송되는 곽경택 감독(50)의 '극비수사(2015년)'도 범죄물이다. 한 아이의 유괴사건을 극비로 수사하는 형사와 도사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6일 밤 12시30분에 편성된 '내 심장을 쏴라(2014년)'와 9일 오후 9시50분 방송되는 '스물(2015년)'은 젊은 층을 공략하는 영화다. '내 심장을 쏴라'는 강원도 정선의 정신병원에 갇힌 동갑내기 남자들의 탈출기를 담았다. 정유정 작가(50)의 동명 소설(2009년)이 원작으로 '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바친다'는 부제가 붙었다. '스물'은 잉여의 삶을 지향하는 백수 치호(김우빈)와 강한 생활력을 보이는 재수생 동우(준호), 새내기 대학생 경재(강하늘)가 스무 살이 되어 겪는 다양한 갈등을 코미디로 포장했다. KBS 1TV는 9일 밤 12시30분에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방영한다. 매일 같이 불행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만나는 정신과 의사 헥터(사이먼 페그)가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고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 SBS-MBC
SBS는 가족 드라마로 승부수를 건다. 9일 오후 11시15분에 전파를 타는 진모영 감독(46)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년)'는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다양성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관객 480만1527명을 모았다. 10일 오전 9시10분에는 강제규 감독(54)의 '장수상회(2014년)'가 전파를 탄다. 70세 연애초보 성칠(박근형)과 그의 마음을 뒤흔든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 그들의 마지막 사랑을 응원하는 동네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았다. 이날 오후 23시15분에 방영하는 '미쓰 와이프(2015년)'는 잘 나가는 변호사 연우(엄정화)가 한 달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서 가족애를 느끼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5일 오후 11시25분에는 지난 추석 연휴에 방영된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11.5%)을 기록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을 방송한다. SBS 편성국 김기민 차장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볼 수 있는 영화에 초점을 뒀다"며 "특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명절에 외로움을 느끼시는 어르신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MBC는 8일 오후 11시10분에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2014년)'를 방송한다.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를 선사하는 마블코믹스의 작품으로 크리스 에반스(35), 스칼렛 조핸슨(32) 등이 출연한다. 오는 4월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관람할 관객에게 전작을 복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MBC 편성국 문형찬 차장은 "설 특선이다 보니 온 가족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액션 히어로 물을 준비했다"고 했다.
◇ tvN
tvN은 지난해 극장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국제시장(2014년)'을 9일 오후 9시40분에 방송한다. 1950년대 한국전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CJ E&M 미디어 콘텐츠편성전략팀 신종수 팀장은 "그동안 최신 영화를 방영한 적이 없었으나 지난해 실험적으로 방송한 '군도: 민란의 시대(2014년)'와 '쎄시봉(2015년)'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편성에 탄력이 붙었다"고 했다. 그는 "'국제시장'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인만큼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6일 오후 9시40분에 방송하는 범죄 스릴러 '악의 연대기(2015년)'는 지난 달 22일부터 방영 중인 같은 장르의 드라마 '시그널'을 위한 전략적 편성이다. 신 팀장은 "'시그널'이 1회부터 6회까지 연속 방영되고 바통을 넘겨받는다"며 "범죄 스릴러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고 했다. tnN은 8일 오후 9시40분에 방송하는 로맨틱 코미디 '오늘의 연애(2014년)'를 통해서도 비슷한 효과를 노린다. 지난 신정 연휴에 전파를 탄 영화지만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 대한 관심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EBS
그동안 명절 연휴에 고전영화를 묶어 방송해온 EBS는 변화를 시도한다. 다양한 연령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근 작품들을 선보인다. 7일 오후 11시에 이재용 감독(51)의 '두근구든 내 인생(2014년)', 8일 오후 11시40분에 다미엔 차젤레 감독(31)의 '위플래쉬(2014년)'를 방송한다. 9일 오후 11시40분에는 장진 감독(45)의 '우리는 형제입니다'가 전파를 탄다. 최근 극장가의 재개봉 열풍을 고려한 편성도 눈길을 끈다. 6일 오후 11시5분에 '와호장룡(2000년)', 7일 오후 2시15분에 '포레스트 검프(1994년)'를 방송한다. EBS 글로벌콘텐츠부 빈정현 프로듀서는 "단순한 상업영화보다 특별한 메시지와 감동을 전하면서 현재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작품을 편성하는데 신경을 썼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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