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쌓이던 패딩·모피 판매 호조
농작물 동사에 농가는 울상
너무 추워 스키장도 발길 끊겨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뒤늦게 찾아온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다. 연일 이어지는 혹한의 날씨에 실내 활동이 늘면서 전력 사용량도 치솟고 있다. 코트 대신 두꺼운 패딩을 사 입고, 생필품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등 소비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최저기온이 5일째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며 한파를 기록중이다. 주말인 24일에는 영하 17도까지 곤두박질 치며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추운 날씨에 전력수요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전력수요는 8297만kW까지 치솟아 직전 최고치인 19일(8212만kW) 기록을 이틀만에 갈아치웠다. 전통적으로 전력량은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에 최대치를 나타냈지만,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여름이 아닌 겨울에 종전 기록을 경신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추위는 장바구니까지 내려놓게 했다. 마트나 전통시장을 직접 찾기 보다는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장을 보고 집에서 배송받는 온라인 매출이 급증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온라인 쇼핑 매출도 이번주 들어 전년 대비 40% 안팎으로 늘었다. 칼바람을 피하기 위한 문풍지와 보온시트의 판매가 2배 수준의 신장율을 보였고, 목도리, 귀마개, 방한모자 판매도 100% 이상 증가했다.
백화점들은 창고에 쌓아뒀던 방한용품과 겨울옷을 대거 내놨다. 판매도 활발한 분위기다. 지난 일주일(15~21일) 롯데백화점의 아웃도어와 패션잡화 판매량은 24.4%, 38% 늘었고 모피 판매량도 8.9% 뛰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역시 남성패션 21.5%, 모피 19.8%, 아웃도어 16.8%의 신장율을 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파가 그간 상대적으로 따뜻했던 겨울 날씨 탓에 창고에 쌓이던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면서 "살아난 소비심리에 부응하기 위해 업계에서도 관련 제품의 할인율을 최대한 높이고 품목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록적 한파에 울상을 짓고 있는 곳도 있다. 시설 농작물이 얼어죽으면서 농가는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8∼20일 경북ㆍ경남 지역에서 비닐하우스 5만6000㎡, 창고ㆍ축사 등 부대시설 1000㎡, 농작물 1만9000㎡가 한파로 피해를 봤다. 강풍에 비닐하우스가 찢어지거나 축사 지붕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비닐하우스가 파손되면서 농작물이 얼어붙었다. 경북 영덕과 포항 등지에서는 배추, 시금치, 쪽파 등이 동사했다. 이에 따라 설을 앞두고 채소와 과일 가격도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겨울이 대목인 스키장도 너무 추운 날씨에 오히려 방문객이 줄었다. 평일 7000여명의 스키어가 찾는 전북 무주 덕유산스키장의 경우 추위가 시작된 지난 18일부터 방문객이 1000~2000여명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스키어들은 스키장의 체감온도가 영하 25도 이하로 떨어져 스키를 타는데 어려움이 많아 콘도에 머물거나 일찍 돌아가는 실정이다.
한파는 차도 얼어붙게 했다. 매서운 한파에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시동이 꺼지면서 보험회사의 긴급출동 요청 건수도 급증했다. 지난 19일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삼성화재 애니카에 접수된 긴급출동 요청건수는 7652건에 달했다. 전주 같은 시간대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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