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화백(80)의 작품이 위조 논란 끝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을 받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위작 의혹이 제기된 이우환 화백의 1978년작 ‘점으로부터 No. 780217’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 의뢰했다고 8일 밝혔다.
해당 작품은 지난해 12월 15일 국내 주요 경매회사 중 하나인 K옥션 경매에서 개인 컬렉터가 4억9000만원(수수료 포함 5억7085만원)에 사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감정서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진짜 감정서 두 점을 합성한 가짜로, 박생광 작품 감정서 틀에 김기창 작품의 접수 번호를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창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위작의혹이 제기된 이 화백의 작품을 유통한 서울 인사동 화랑들을 압수수색했다. 관련 작품은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라는 제목의 시리즈들로, 경찰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위작 10여점이 시장에 유통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국과수에 분석위뢰를 맡긴 ‘점으로부터 No. 780217’ 외에도 경찰은 나머지 이우환 작품들에 대한 전문가 감정을 마치고 국과수에 최종 감정을 요청해 둔 상황이다.
이번 논란으로 국내 미술품 감정 시스템의 문제점과 함께 대형 경매회사 마저 작품 검증 절차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우환 화백은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1956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전위 예술운동인 모노하(物派) 이론과 실천을 주도했다. 벨기에 왕립미술관, 파리퐁피두센터, 베를린 국립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다. 2011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회고전 '이우환-무한의 제시'를 개최했고, 2014년 베르사유 궁전에서 대규모 조각 전시를 연 바 있다.
작년 말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이우환 화백의 작품들은 약 117억1700만원에 팔려 낙찰총액 기준 김환기, 정상화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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