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우주 탐사에 대한 소식이 넘쳐났던 한해였다. 2014년 말에 개봉된 영화 '인터스텔라'가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들이며 우주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그 열기가 채 식기 전인 2015년 7월에는 2006년에 발사돼 9년 반을 날아간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가 명왕성을 스쳐지나가면서 하트 모양을 품고 있는 명왕성의 사진을 보내왔다. 막연한 이미지로만 존재하던 명왕성이 구체적인 실체가 되어 다가온 사건이었다.
마침 그 시기에는 2014년에 혜성에 착륙했다가 3일 만에 교신이 끊어진 탐사선 필레(Philae)가 태양에너지를 받아 한 달간 재가동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고,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들 중에서 지구와 가장 유사한 외계행성인 케플러-452b의 발견 소식도 들려왔다.
하반기에는 화성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발견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발견은 영화 '마션'의 흥행과 함께 화성 탐사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였다.
우주 탐사의 단골 목표인 화성에 대한 탐사는 올해도 계속된다. 3월에는 두 대의 탐사선이 화성을 향해 발사될 예정이다. 9월에 화성에 도착할 엑소마스(ExoMars)는 화성의 대기를, 10월에 도착할 인사이트(InSight)는 화성의 지질을 연구할 예정이다.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한 노력은 올해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7월에는 지난 2011년에 발사된 탐사선 주노(Juno)가 목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주노는 1년간 목성의 궤도를 돌면서 탐사를 하게 되는데, 태양계의 가장 큰 행성인 목성에서 또 어떤 새로운 소식이 들려올지 기대가 된다.
역시 9월에는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발사될 예정이다. 오시리스-렉스는 2018년 소행성 베누(Bennu)에 도착해 샘플 자료를 수집한 뒤 2023년에 지구로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역시 소행성의 샘플을 지구로 가져올 목적으로 2014년에 발사된 일본의 탐사선 하야부사2(Hayabusa)와 함께 소행성 자원 개발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
9월에 있을 또 하나의 중요한 이벤트는 필레를 싣고 갔던 혜성 탐사선 로제타(Rosetta)가 장식할 예정이다. 로제타는 지금도 혜성 주위를 돌면서 자료를 전송해 주고 있는데, 혜성이 태양에서 너무 멀어지면 지구와의 교신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그 전에 마지막으로 혜성에 충돌하면서 최후의 자료를 보내주기로 돼 있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연결돼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외계행성 탐색에서는 우리나라가 주인공으로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칠레, 호주, 남아공 3개국에 망원경을 설치해 외계행성을 탐색하는 KMTNet(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 프로젝트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외계행성 발견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KMTNet은 3대의 망원경으로 24시간 쉬지 않고 외계행성을 탐색하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는 새로운 외계행성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견하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주 탐사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질 것이 분명한 우주 탐사를 우리가 마냥 손 놓고 지켜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다행히 2018년까지 달 궤도선을 개발하고 2020년에 달에 착륙을 하겠다는 한국형 달 탐사 프로젝트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소식이 있다. 선진 우주탐사 국가들에 비하면 많이 늦긴 하지만 달 탐사는 우리나라도 우주 탐사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인 것은 분명하다. 늦었다는 마음에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기초부터 차근차근히 실력을 쌓아나가는 실속 있는 프로젝트가 되길 기대한다.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전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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