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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남극은 과학청정실험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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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남극은 과학청정실험실이다 김예동 극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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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지 약 300년이 지난 18세기 후반에 와서야 발견된 지구의 마지막 대륙 남극은 우주만큼이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신비한 곳이다. 20세기 초인 1911년 아문센의 영웅적 탐험으로 인간의 남극점 정복이 이루어졌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남극은 혹독한 자연환경으로 인하여 쉽사리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이루어진 수송 수단과 과학 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토대로 1957년부터 1958년까지 남극 대륙에 대한 대대적인 과학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는 냉전기간 중 전 세계 67개국에서 5만명 이상이 참여한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대규모 국제공동 과학연구 프로그램이었다.


전 세계인들은 이 이벤트를 계기로 남극 대륙이 국제적 분쟁과 대립이 아닌 오로지 과학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남극조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남극에서의 석유 등 지하자원 개발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적 갈등의 가능성이 증대되었다. 따라서 남극에서의 자원개발을 당분간 금지하고 과학연구를 위한 청정실험실로 남겨놓자는 새로운 국제 협약이 체결됨에 따라 2048년까지는 자원개발이 유보되었다. 남극에 대한 과학연구는 20세기 중 남극에 대한 인류의 지식 축적과 새로운 현상 규명에 많은 초점을 두었으나,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지구 온난화 등 전 지구적 환경변화의 다학제적, 전지구적 관측과 더불어 환경변화에 있어 남극의 역할과 중요성 규명으로 연구 방향이 점차 진화되고 있다.

최근 남극과학연구위원회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남극에서 가장 시급히 연구되어야 할 중요한 주제를 발굴하고자 전 세계 남극 전문가 25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 필자도 이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다. 여기에서는 우선 전 세계 남극과학자, 정책입안자, 환경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향후 20년 동안 남극에서 연구되어야 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들을 제안 받았다.


인터넷을 통해 모아진 수 천 개의 주제들 중 중복되는 주제 등을 정리해 850개의 주제로 압축하고 이렇게 선별된 주제를 대상으로, 다시 22개국 72명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향후 20년간 가장 필요한 여섯 개의 남극 연구 주제를 선정했다.

6대 주제는 남극의 향후 연구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첫째, 극 대기와 해양이 지구의 어디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연구한다. 둘째, 남극의 얼음은 어디서, 얼마나, 왜 줄어들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셋째, 남극의 과거 기후는 어떠했는지 알아본다. 넷째, 남극 생명체는 어떻게 진화되고 생존해 왔는지 파악한다. 다섯째, 우주에 대한 관찰과 태양계 연구를 수행한다. 여섯째, 남극에서 인간에 의한 영향은 어느 정도였고, 이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 분석하는 연구 등이다.


즉 지구환경 변화에 있어 남극의 역할, 생명체의 생존 비밀, 남극을 통한 우주 연구, 인간에 의한 남극 오염 등이 장차 중요한 연구가 될 것이라 예측한 것이다. 이 결과는 전 세계 남극 연구 전문가들의 여러 의견을 모아 공통 의견을 이끌어 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으며, 앞으로 각국 정부의 남극 연구 및 환경 보호 정책수립과 함께 장기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데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야 본격적으로 남극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쇄빙연구선 아라온 호, 남극장보고과학기지 등 첨단 극지인프라를 바탕으로 이미 6개 주제에 대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향후 남극연구 선도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극지 연구는 짧은 기간 동안 이뤄지는 대상이 아니다. 긴 안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구의 역사를 살펴본다는 측면에서도 극지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이번 남극에 대한 6대 연구 주제는 이런 의미에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예동 극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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