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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측정표준과 포니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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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측정표준과 포니 자동차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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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던 중 옆에 선 자동차에 저절로 눈길이 갔다. 아주 작은 자동차가 고풍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포니였다. 감회가 새로웠다. 1970년대 생산을 시작했던 포니를 도로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지난 5일은 무역의 날이었다. 2011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달성했다. 이를 기념하여 이듬해인 2012년부터 12월5일을 무역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무역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 수출 산업이었다. 한국 최초의 자동차 해외 수출은 1976년의 일이었고, 그 주인공이 바로 포니였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 2015년 한 해만 300만대에 가까운 자동차를 수출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이처럼 자동차 수출대국으로 발전하기까지 우리나라 '측정표준' 능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더 엄밀히 말하면 측정표준 확립은 모든 국제 무역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측정표준은 중세 시대부터 많은 나라들이 상거래를 위해 각국의 표준을 비교하면서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설탕 한 포대를 재는 방법과 상대방이 설탕 한 포대를 재는 방법을 같게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산업 혁명 이후 엄청나게 늘어난 무역 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측정표준의 확립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을 수출하는 나라가 측정표준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자동차 배기가스를 예로 들면, 배기가스 방출량에 대한 선진국들의 규제는 점점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국은 배기가스의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넘을 경우 수입을 금지하는 등의 규제 조항을 만들어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을 쌓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국의 유해물질 측정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면 수입국은 자국의 기술로 재측정을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납품 기간도 늘어나고 재측정으로 인해 자동차 수출 비용도 올라간다. 즉 제품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측정표준의 확립은 국제 무역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산업적ㆍ경제적 파급효과를 확산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핵심요소다.


이렇듯 국제 무역 거래의 '공정성'을 위한 측정표준의 확립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측정표준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노력과 비용을 투자한다. 그리고 이 투자는 더 큰 경제적 효과가 돼 돌아온다. 무역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장벽을 허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은 국가표준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4000만파운드의 비용을 지출한 결과, 50억파운드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현재 한국도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자해 측정표준을 확립, 보급하고 있다. 과거의 측정표준은 주로 길이, 시간, 질량 등과 같은 물리량에 대한 것들에 한정됐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오염, 먹는 음식이나 마시는 물에 포함된 유해성분, 우리가 사용하는 시설이나 장비의 안전 등 우리의 삶과 직접 관련된 분야까지 확대됐다. 우리 삶 도처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측정표준 능력은 경제발전의 토대이자 과학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다. 신뢰성 있고 정확한 측정표준의 확립은 국가 간 무역 장벽을 낮추고 국제무역의 경쟁력을 높인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반드시 측정표준을 확립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퇴근길에 봤던 포니가 다시 생각났다. 이제는 앙증맞을 정도로 작아 보이는 그 차가 한국의 자동차 수출산업을 이끈 듬직한 선봉장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측정표준이 무역시장에서 포니의 역할을 할 때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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