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이언스 포럼]측정표준과 포니 자동차

시계아이콘01분 41초 소요

[사이언스 포럼]측정표준과 포니 자동차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AD

퇴근하던 중 옆에 선 자동차에 저절로 눈길이 갔다. 아주 작은 자동차가 고풍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포니였다. 감회가 새로웠다. 1970년대 생산을 시작했던 포니를 도로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지난 5일은 무역의 날이었다. 2011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달성했다. 이를 기념하여 이듬해인 2012년부터 12월5일을 무역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무역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 수출 산업이었다. 한국 최초의 자동차 해외 수출은 1976년의 일이었고, 그 주인공이 바로 포니였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 2015년 한 해만 300만대에 가까운 자동차를 수출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이처럼 자동차 수출대국으로 발전하기까지 우리나라 '측정표준' 능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더 엄밀히 말하면 측정표준 확립은 모든 국제 무역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측정표준은 중세 시대부터 많은 나라들이 상거래를 위해 각국의 표준을 비교하면서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설탕 한 포대를 재는 방법과 상대방이 설탕 한 포대를 재는 방법을 같게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산업 혁명 이후 엄청나게 늘어난 무역 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측정표준의 확립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을 수출하는 나라가 측정표준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자동차 배기가스를 예로 들면, 배기가스 방출량에 대한 선진국들의 규제는 점점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국은 배기가스의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넘을 경우 수입을 금지하는 등의 규제 조항을 만들어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을 쌓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국의 유해물질 측정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면 수입국은 자국의 기술로 재측정을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납품 기간도 늘어나고 재측정으로 인해 자동차 수출 비용도 올라간다. 즉 제품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측정표준의 확립은 국제 무역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산업적ㆍ경제적 파급효과를 확산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핵심요소다.


이렇듯 국제 무역 거래의 '공정성'을 위한 측정표준의 확립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측정표준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노력과 비용을 투자한다. 그리고 이 투자는 더 큰 경제적 효과가 돼 돌아온다. 무역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장벽을 허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은 국가표준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4000만파운드의 비용을 지출한 결과, 50억파운드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현재 한국도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자해 측정표준을 확립, 보급하고 있다. 과거의 측정표준은 주로 길이, 시간, 질량 등과 같은 물리량에 대한 것들에 한정됐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오염, 먹는 음식이나 마시는 물에 포함된 유해성분, 우리가 사용하는 시설이나 장비의 안전 등 우리의 삶과 직접 관련된 분야까지 확대됐다. 우리 삶 도처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측정표준 능력은 경제발전의 토대이자 과학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다. 신뢰성 있고 정확한 측정표준의 확립은 국가 간 무역 장벽을 낮추고 국제무역의 경쟁력을 높인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반드시 측정표준을 확립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퇴근길에 봤던 포니가 다시 생각났다. 이제는 앙증맞을 정도로 작아 보이는 그 차가 한국의 자동차 수출산업을 이끈 듬직한 선봉장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측정표준이 무역시장에서 포니의 역할을 할 때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