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커다란 우주에 우리만 살고 있다는 건 엄청난 공간 낭비이다."
영화 '콘택트'에 나온 대사처럼 우주의 신비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은 분명 우주 어딘가에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믿음에 과학적 발견들이 더해지며 외계 행성과 외계 생명체는 현대 천문학의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현재 계획 중인 지상의 대형 망원경과 우주망원경은 모두 외계 행성 연구를 가장 중요한 연구주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또 다른 지구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지난 수년간 외계 행성 탐색시스템을 만들어 칠레, 호주, 남아공에 설치하고, 이제 본격적인 가동을 통해 세계를 리드해 나갈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외계 행성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별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 행성은 별을 미세하게 흔들리게 만든다. 도플러 현상을 이용하면 미세한 별빛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으며 이를 분석하면 행성의 질량을 알아낼 수 있다. 또한 별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이 별 앞면을 가로지르면 행성 크기에 해당하는 면적만큼 별빛은 어두워지는 변화가 생기는데 이 양을 측정하고 분석하면 행성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다.
또는 특수하게 설계된 장치를 이용해 아주 밝게 빛나는 별빛을 가린다면 어두워서 보이지 않던 반사된 외계 행성의 미세한 빛을 검출함으로써 행성의 존재를 확인할 수도 있다. 두 별로 이뤄진 식쌍성계에 외계 행성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식쌍성계를 구성하는 두 별이 서로 가릴 때 일어나는 극심 시각의 주기적인 변화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변화를 분석하면 외계 행성의 질량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더불어 우주 먼 곳에서 오는 별빛이 중력렌즈 현상에 의해 광증폭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왜곡 현상을 분석함으로써 렌즈별에 포함된 외계 행성의 신호를 찾을 수도 있다.
국내 연구진들은 중력렌즈 현상을 활용한 외계 행성 탐색 분야에서 많은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해 왔다. 지금까지 중력렌즈 방법으로 발견한 외계 행성은 41개에 이르는데 이 중 34개는 한국과학자들이 참여해 수행한 연구결과이다. 특히 2005년 중력렌즈 탐색 방법을 이용한 첫 외계 행성 발견에 이어 그 다음 해에는 지구 질량보다 5배 큰 해왕성급의 행성을 발견한 바 있고, 2008년에는 우리 태양계와 닮은 외계 행성계를 최초로 발견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이러한 연구성과에 힘입어 한국천문연구원은 2009년부터 외계 행성 탐색시스템(KMTNeㆍ 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 개발을 시작했다. 외계 행성 탐색시스템은 1.6m의 시야를 가진 망원경에 3.4억화소를 가진 세계 최대급의 CCD 카메라를 장착해 수천만 개의 별 신호를 한 번에 관측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중력렌즈 현상을 집중적으로 관측하기 위해서는 별들의 밀집도가 높은 우리 은하 중심부를 관측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은하 중심부를 잘 관측할 수 있도록 관측시스템을 남반구에 설치했다. 특히 관측시스템을 남위 30도 근처에서 일정한 경도 간격으로 위치한 칠레, 남아공, 호주에 각각 설치했기 때문에 칠레에서 아침이 돼 관측이 끝나면 호주에서는 밤이 시작돼 동일한 천체를 쉼없이 24시간 연속 관측할 수 있다.
최근 뉴스에 자주 언급되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별가림 현상을 이용하는 외계 행성 탐색전용 우주 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 6년여간 발견된 행성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1988년 첫 외계 행성 발견 이후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의 수는 1900개가 넘었다. 우리나라에서 설치한 외계 행성 탐색시스템은 케플러 우주망원경에 비하면 아주 적은 비용으로 구축된 지상 망원경 시스템에 불과하지만 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이용하는 내년부터는 우리나라가 외계 행성 연구 분야를 국제 선도해 나갈 것이라 확신한다. 매년 100여개의 행성을 우리 과학자들이 발견하고 이 중에서 지구 질량을 가지는 행성을 여러 개 발견함으로써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또 다른 지구 찾기' 경주에서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큰 활약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한인우 한국천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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