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MF 보다 물가상승률 낮아
"내년 소비자물가 1.5% 상승" 전망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우리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치에 머물렀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9.81로 지난해 보다 0.7% 상승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올초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물가는 사실상 0% 상승률을 보인 셈이다. 정부가 담뱃값을 1갑당 2000원씩 올리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58%포인트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가 0%대를 기록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환율이 급락했던 1999년 0.8%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통계청이 전국 물가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50년 만에 사상 최저치다. 특히 한국은행이 서울지역 소비자물가지수를 집계한 1945~1963년까지를 포함하면 풍작으로 쌀값이 떨어지면서 물가상승률이 -3.6%를 기록한 1958년 이후 57년만의 가장 낮은 기록이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지난 1년간 월별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하며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수치지만 우리 경제가 상당한 디플레이션 위기에 처한 상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물가는 2.2%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4% 올랐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0.2% 하락했고, 채소와 과일, 어류 등 신선식품 물가는 2.1% 상승했다.
부문별로는 주류·담배가 지난해보다 50.1% 올랐고, 음식·숙박(2.3%), 식료품·비주류음료(1.7%), 교육(1.7%) 등은 상승했다. 반면 교통(-7.8%), 주택·수도·전기·연료(-0.6%) 부문은 하락했다.
이 같은 저물가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영향이 가장 컸다. 때문에 저물가 상황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10월까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1~11월 평균 0.1%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은 0.3%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기 침체로 내수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를 실시하는 등 내수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이 소비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3% 신장했다. 지난달 1년 만에 0%대를 탈출했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 0.8%를 기록한 이후 올해 10월까지 11개월 연속 0%대를 이어오다 지난 11월 1%로 올랐지만 한 달 만에 0%대로 떨어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소비자물가는 담뱃값 인상효과 소멸 등 하방요인이 있지만 국제유가·곡물가격 하락폭 축소, 내수 회복 등으로 올해 보다 높은 1.5% 수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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