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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개교 인천영재학교, 지자체서 운영비 거부로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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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구, 지역 쿼터제 요구하며 운영비 분담 안해… 인천교육청·학부모들 "구청장 바뀌니 말 바꿔"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내년 3월 개교를 앞두고 학교 운영비 분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삐걱거리고 있다. 학교 유치 당시 운영비를 지원키로 약속한 자치단체가 지역 쿼터(할당)제를 요구하며 예산 분담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말을 바꾼 지자체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인천 연수구는 관할 송도국제도시에 문을 열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에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겠다며 내년도 본예산에 학교 운영비 7억3800만원을 편성하지 않았다.

이 예산은 인천영재학교 운영비 30억원 중 25%에 달한다. 구는 지난 2012년 인천시·시교육청과 함께 송도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를 유치하면서 운영비를 공동 분담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민선6기에 단체장이 바뀌면서 연수구의 입장이 달라졌다. 구는 재정난과 다른 학교들간 형평성을 이유로 인천영재학교에 대해 운영비 지원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구는 인천영재학교 정원에 지역 쿼터제를 적용해주면 구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전국단위 학생 모집에서 일정 정원을 연수구 거주 학생들로 뽑아달라는 것이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전국 사례를 보더라도 기초단체에서 영재학교에 운영비를 준 사례가 없다"며 "지역 학생에 대한 안배 없이는 연수구 분담금 25%는 낼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연수구의 요구에 대해 "인천영재학교의 운영상황을 지본 뒤 추후 검토하겠다"며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역 쿼터제를 적용받으려면 해당 지역에 과학고가 없어야 하는데 인천에는 이미 인천과학고(중구), 인천진산과학고(부평구) 등 2곳이 있다. 올해 3월 개교한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는 지역내 과학고가 없어 지역쿼터제를 적용받은 경우다.


연수구가 인천영재학교 운영비 지원을 거부하면서 인천시와 시교육청도 각각 25%, 50%에 해당하는 예산을 세웠다가 시의회에서 삭감됐다.


시 교육청은 구가 인천영재학교 유치를 추진하면서 운영비를 함께 부담하기로 해놓고 이제와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3월 개교를 하더라도 연수구가 운영비 분담을 계속 거부할 경우 학교가 계획한 10개 프로그램 중 7개 정도만 추진이 가능하다"며 "영재학교의 경우 교육부에서 4년 주기로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인천영재학교가 운영비 문제로 프로그램 추진에 차질이 계속된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내년에 이 학교에 자녀들을 보낼 학부모들도 연수구의 오락가락 행정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연수구 쿼터제가 도입되면 전국서 지원하는 학생들이 줄어 장기적으로 학교 수준,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며 연수구가 운영비 지원을 빌미로 학교 설립의 근간을 흔들고 전국단위선발 방식에 악영향을 미치는 쿼터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에 사는 한 학부모는 "신입생들 중에는 다른 지역의 영재학교에 합격하고도 인천영재학교를 택했다.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믿었기에 이곳을 선택한 것"이라며 "연수구가 인천 서구와 인천영재학교 유치 경쟁을 벌일 당시 적극적인 예산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유치가 가능했는데 이제와서 쿼터제를 요구하며 예산 지원은 나몰라라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조만간 연수구의 쿼터제 요구에 반대하는 서명서를 교육부와 교육청 등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연수구가 학교 운영비 지원을 약속할 때까지 강력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인천영재학교 내년 입학생은 총 78명으로 서울 거주가 41%, 경기 42%, 인천 15.4% 등 수도권지역 학생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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