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글로벌 외식업체들이 국내외서 홍역을 앓고 있다. 매출 감소로 사업 철수설에 휩싸이는가하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사명까지도 변경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포화된 시장, 성장 정체에 빠진 외식…'피자헛' 매각설까지
글로벌 패밀리레스토랑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지난해 규모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다며 매장 34개를 철수했다. 표면적으로는 탄탄한 사업구조를 위한 재편이었지만, 이면에는 포화된 국내 외식시장에서 '막무가내식' 출점 경쟁은 어렵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 기간동안 TGI프라이데이스는 매장 수가 34개로 줄었고 베니건스 역시 서울에 2개 매장만 남아있는 등 글로벌 패밀리레스토랑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피자업계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국내 피자업계 양대산맥이었던 피자헛과 도미노피자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토종 브랜드와 중저가 국내 피자배달업체에 밀려 고전을 겪었다. 피자헛은 2008년 일시적으로 '파스타 헛'으로 간판을 바꾸며 재도약을 시도했지만, 미스터피자에 1위를 내주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그 사이 매출은 2004년 3000억원에서 지난해 1142억원으로 3분의1 토막 났다. 급기야 피자헛의 글로벌 본사인 염브랜즈는 한국피자헛의 사업권을 매각해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 열풍…'맥도널드'도 日서 발 빼
이는 비단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글로벌 외식업체들이 발을 빼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맥도널드다. 맥도널드는 직영 중심의 일본 시장 영업 구조를 대폭 수정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맥도널드는 일본의 무역회사와 투자펀드 등 총 5곳에 일본 맥도널드홀딩스의 지분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 지분은 전체 맥도널드홀딩스 지분의 15~33%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규모는 총 1000억엔 정도로 추산된다.
이번 매각 작업의 주요 이유는 일본 맥도널드홀딩스의 실적 부진이다. 올해 일본 맥도널드홀딩스는 약 380억엔의 적자를 내며 상장 후 최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지난 11월까지 3개월 연속 월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어 향후 실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맥도널드가 전 세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영향도 작용했다. 맥도널드는 2018년 말까지 전 세계 매장의 10%를 프랜차이즈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130개 이상의 점포를 연내에 폐쇄할 계획이다.
◆"한 업종만으로는 안된다"…사명변경 후 사업 확대
이에 업계에서는 한 업종에 한정된 사업구도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해외 외식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지화'하는 데에 주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도미노피자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이달 1일부로 법인명을 '청오디피케이'로 변경했다. 한국도미노피자가 사명을 변경한 것은 국내에 진출한 지 25년만에 처음이다. 미국 본사를 비롯해 전 세계 70여개국에 지점을 둔 도미노피자는 1990년 국내에 들어와 업계 최초로 배달전문 피자브랜드로 시작해 지난해 말 기준 직원 480명, 매장 400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미노피자는 향후 국내에서의 외식 사업을 더욱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외식업계는 도미노피자의 이번 사명변경이 최근 잇달아 진행되는 해외 프랜차이즈들의 출구전략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포화된 피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피자전문업체'로만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새로운 외식브랜드를 확대하려는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한국도미노피자는 면전문점 씨젠과 커피브랜드 야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사명은 '피자'에만 한정짓기 때문에 외식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새 법인명이 필요하다. 미스터피자도 2012년 MPK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외식사업을 확대하기 시작, 수제머핀&커피 전문점인 '마노핀'과 이탈리안 뷔페 레스토랑 '제시카키친' 매장을 늘렸다. 지난 9월에는 한강인터트레이드를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까지 벌이는 등 업종을 다양화하고 있다.
현지화에 실패한 한국피자헛의 추락도 같은 해외 외식프랜차이즈인 도미노피자에 부담이 되고 있다. 전국에 350개 매장을 둔 피자헛은 올들어 직영점 75곳 중 61곳을 가맹점으로 전환하거나 폐점해 사업 매각설에 휩싸여있다. 이같은 피자헛의 몰락이 도미노피자의 이번 사명변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된 외식시장에서 한 가지 업종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며 "한국도미노피자가 운영 중인 면전문점 씨젠과 커피브랜드 야쿤 등의 가맹점 개점이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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