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굽은 도로를 달리던 운전자가 운전 부주의로 도로를 이탈해 사고를 당했더라도 가드레일 등 안전조치가 미비했다면 국가에 일부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심담 부장판사는 모 보험사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정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보험사에 보험금(8800만여원) 일부인 1070만여원을 지급토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A씨(63)는 지난해 말 경기도 가평군의 국도를 운전해 지나던 중 내리막 굽은 구간에서 도로를 이탈해 약 15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A씨가 사고를 당한 구간에는 평소 굽은 길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가드레일이 설치돼있었지만, 가드레일 교체 작업 탓에 사고 당시에는 별다른 보호장치가 없었다.
보험사는 보험 약관에 따라 A씨 유족에 보험금 8800만여원을 지급했고, 이후 도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묻는 구상금 청구소송을 정부를 상대로 제기했다.
심 판사는 도로관리 책임을 인정함과 동시에 A씨에게도 운전을 부주의하게 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전체 보험금 가운데 20%를 정부가 보험사에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정부는 재판 과정에서 "(도로 관리를 맡은) 도급 업체의 책임이므로 정부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심 판사는 "공사를 감독하며 도로를 관리할 의무가 정부에 여전히 있었다"고 봤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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