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도시재생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이 사라진다

시계아이콘01분 5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풍선효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확대…대책필요

도시재생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이 사라진다
AD


[아시아경제 유제훈, 원다라 기자] #고서적 수집이 취미인 박모(61)씨는 10여년 전부터 낯설어진 서울 인사동을 잘 찾지 않는다. 관광객과 상점이 집중된 대표적 상업지로 발돋움하면서다. 젊은 시절 자주찾던 서점이나 표구화랑은 어느새 관광상품 판매점이나 찻집으로 바뀌어 있다. 박씨는 "어느새 인사동에서만 느끼던 옛 맛이 사라졌다"며 "흔히 보는 그저 그런 관광지의 번잡함이 싫어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사동 거리의 이같은 변화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한 단면이다. 독특한 멋과 맛을 내던 특색이 사라진 거리에 대형 프랜차이즈나 천편일률적인 상점 등만 즐비해지고 있는 것. 젠트리피케이션은 비단 인사동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대학로, 인사동, 신촌ㆍ홍대ㆍ합정, 북촌, 서촌, 성미산 마을, 해방촌, 세운상가, 성수동 등 서울시내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도시재생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이 사라진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는 원인은 간단하다. 관광객이 몰리며 땅값이 오르게 되고 임대료 상승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기존 상권이 밀려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상권이 형성되는 것이다.


임대료 상승은 통계를 보면 쉽게 드러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청년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성수동 1가의 임대료가 최근 1년새 35.3%나 상승했다. 홍대 역시 1년간 임대료가 20~40%나 올랐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이태원 골목상권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68.6%나 올랐다. 이러다보니 저렴한 임대료 탓에 옛 도심에 터를 잡은 독특한 가게나 화랑 등은 설 곳을 잃어가는 셈이다.


25일 오후 찾은 서촌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서촌은 서울의 대표적 한옥촌(村)으로, 수십년 터줏대감인 주민들이 살아가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었다.


2008년 전후로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한옥 건축이 활성화되고 개량사업이 활발해졌다. 자연스레 한옥과 골목길의 낭만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내 서촌의 풍경은 달라져갔다. 이제 서촌 골목은 번화가라면 마주칠 수 있는 비슷한 종류의 카페나 옷가게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관광객을 위한 상점이 늘어나면서 남아있던 원주민들이 하나둘씩 떠나며 옛 한옥촌 골목은 상당부분 변화됐다. 땅값이 오르며 원주민들은 이미 이사했고 남아있는 임차인들은 치솟은 월세를 걱정하고 있다. 옛 골목의 정취를 느끼려던 이들도 줄어들었다.


서촌에서 30년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이모(52)씨는 이런 변화 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07년만 하더라도 15㎡ 가량 되는 점포의 월세는 50만원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몰리고, 땅값이 오른 후 건물주가 바뀌면서 월세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올해 9월 새 건물주가 요구한 월세는 250만원이다. 8년만에 5배가 올랐다.


이씨는 "30년 동안 이 고즈넉한 동네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다 키웠다"며 "하지만 어느새 카페, 옷가게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동네가 삭막해졌고 자리를 지키던 주민들도 하나둘씩 마을을 떠났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또 "사실 새로 들어오는 가게들도 워낙 임대료가 높고 경쟁이 심하니 몇 번씩 바뀌는 점포도 있다"고 덧붙였다.


청춘의 메카라 불리는 홍대역시 그 모습이 크게 변했다. 예술가, 청년자영업자가 만들었던 독특한 공연장과 가게들은 대형 프랜차이즈나 평범한 주점 등으로 바뀌어버린 상태다. 상인 신가람(35)씨는 이곳을 떠났다.


이씨는 지난 2012년 홍대의 한 주택가 빈집 지하1층에 주점 '뿅뿅뿅'을 열었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이색적인 분위기에 반한 젊은이들이 몰려들면서 장사도 번창했다. 하지만 7개월만에 건물주가 바뀌고 상황은 달라졌다. 새 건물주는 임대료를 90만원에서 160만원(관리비 포함)으로 올렸다. 여기에 권리금 소송까지 2년간 이어지자 신씨는 버티다 못해 지난 9월 가게의 문을 닫았다. 신씨가 떠난 가게 자리에는 프랜차이즈 치킨점이 들어섰다.


신씨는 "요즘 청년들이 직접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을 겪고보니 주변에 창업을 권유하기도 꺼려진다"고 말했다.


도심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면서 문화예술인, 상인들은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그런데 이들이 옮겨간 지역에서도 다시한번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홍대, 북촌, 이태원 등에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이 각각 경리단길, 연남동, 서촌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며 "도시의 특성을 잘 유지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관광수요 창출을 하기 위해서라도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